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총격으로 다섯 명이 숨졌던 카페도 며칠 전 다시 문을 열었다죠.
현지에 나가 있는 저희 특파원도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다가 갑자기 휴대전화에서 속보 알림음이 울리며 급변했던 그 날을 되돌아봤습니다. 서경채 특파원의 취재파일 보시죠.
1보가 날아왔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은 총기 사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무겁고 겁나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어느덧 사무실에 들러 카메라를 챙겨서는 바타클랑 극장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지난 1월 유대인 식품점 인질극 때에 이어 서 기자는 열 달 만에 또 파리 시내에서 테러 한가운데에 서게 된 겁니다.
이내 어디선가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변 건물의 문이 닫히고 불빛은 꺼지더니 실려 나오는 부상자들 사이로 시민들은 창백한 얼굴로 "신이시여!"를 중얼거리는가 하면 서로 껴안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고함,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감각은 마비된 듯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현장에 느닷없이 올랑드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취재진과 주민들이 도로에 뒤엉켜 있는데도 별다른 예고도 없이 불쑥 등장한 겁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딘가를 방문할 때 얼마나 많은 사전 조치가 필요한지는 겪어본 사람은 다 아는데도 올랑드 대통령은 그냥 위험을 안고 총리와 내무장관, 경호원 몇 명과 함께 조금 전 학살이 벌어진 경찰의 저지선 안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라고는 경호원들이 총을 감추지 않고 밖으로 꺼내 든 것뿐이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이 오기 직전까지 이번 테러의 총책이 그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죠.
올랑드의 의외의 출현은 테러에 맞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고, 해석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위기를 맞았을 때 지도자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지휘하는 용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런 계산은 언제든지 봐도 좋겠죠.
테러 발생 다음 날 올랑드는 자신의 안보 정책을 물렁하다고 비판해 온 제1야당 대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대테러 전선에서 야당의 협력을 약속받았습니다.
또 사흘째에는 취임 이후 최초로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이례적인 합동 연설을 했는데요, 연설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참석자 모두가 국가를 합창했다고 합니다. 프랑스가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고 느낀 이유입니다.
▶ [월드리포트] 파리 특파원의 테러 취재기…그들이 침몰하지 않는 이유 ①
▶ [월드리포트] 파리 특파원의 테러 취재기…그들이 침몰하지 않는 이유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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