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뉴스돋보기] 저유가 내년에도 지속…재앙인가 축복인가

[뉴스돋보기] 저유가 내년에도 지속…재앙인가 축복인가
지난 4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제유가가 40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39.97달러로 하락하면서 지난 8월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입니다. 오늘(7일) 개장된 국제상품시장에서도 국제유가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2014년 6월 이후 60%가 하락했지만, 앞으로 상승요인보다는 하락요인이 더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WTI는 후년, 2017년 하반기 인도분부터 5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 12월 인도분이 51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니, 원유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내년에도 국제유가는 40달러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깁니다.

오히려 예상대로 이번 달 15-16일 열리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되고, 내년 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와 원유 금수조치가 해제돼 하루 최대 1백만 배럴로 추산되는 이란 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더 쏟아진다면 국제유가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를 상승반전 시킬 유일한 재료는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이지만, 그마져도 원유시장에는 우호적이지(?) 못합니다. 리비아에서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리비아 의회와 이슬람 세력이 자체 구성한 총국민회의(GNC)가 정쟁을 끝내고 정치위기를 해소하자는 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리비아가 정치적 안정을 찾고 원유생산을 재개한다면, 여기서도 이란과 맞먹는 하루 1백만 배럴의 원유가 더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람 무장단체 IS와의 전쟁은 원유수급에는 큰 영양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원유생산을 본격 재개하겠다는 이란과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합의도 난망입니다. 서로 대립하는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수니파의 대표국가 사우디는 지난주 OPEC 회의에서도 힘겨루기를 하면서 현재 하루 3천1백만 배럴 수준인 회원국의 원유생산 총 규모를 어떻게 할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번 예정된 2016년 6월 OPEC 회의에서도 입장 선회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현재 전 세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9천5백만 배럴 정도도 2백만 배럴 가량 공급이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과 리비아가 1백만 배럴씩을 더 쏟아낸다면 결과는 뻔해 보입니다. 저유가로 그동안 경영난에 빠진 미국의 셸 오일 업계가 본격적인 감산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 하락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원유채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된 장치산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설비를 돌리는 것이 더 이롭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을 해야 하는 만큼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미 늘린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더 큰 손실을 감수하기는 힘들다는 얘깁니다.

달러강세, 대체 투자수단으로서 원유의 인기 상실, 공급과잉, 추가 수요 부진. 종합해보면 내년 국제유가는 30달러대에서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우리에게 축복으로 여겨졌던 국제유가 하락은 요즘은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저유가로 수출이 줄고, 기업들은 매출액이 감소하고, 이는 성장률 하락과 디플레이션 위기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과 달러강세에 따른 신흥국의 외화유출, 구조조정 등과 맞물려 내년 세계 경제 전망도 암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최근 조선과 건설, 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손실은 과거 고유가 시절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이 빚은 승자의 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라도 우선 수주해 놓고 보자는 실적경쟁이 빚은 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유가로 지난 11월 무역수지는 104억 달러 흑자, 46개월 연속 흑자에 사상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3분기 실질소득 GNI는 1.4% 증가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한때 1천9백 원을 넘었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제 1천4백 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만큼 연료비 부담이 줄고, 가처분 소득도 늘었을 것입니다. 저유가가 이제 1년 이상 지속된 만큼 저유가에 따른 정유사의 대규모 적자나 디플레이션 우려는 경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들의 경제위기를 바로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로 등식화하기 보다는 저유가를 새로운 활로를 찾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전투를 할 때 초병이 지형을 탐색하고, 이상이 없으면 보병이 작전을 수행하고, 밀리면 포병의 지원사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 경제현장에서도 정부와 기업, 국민들 간에 이런 유기적인 협력이 아쉽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