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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순간 포착! 초신성 폭발…새로운 '폭발 원리' 밝힌다

좀처럼 쉽게 보실 수 없는 영상을 하나 보여드리면서 취재파일을 시작하겠습니다. 
 
  
▶ 해당 영상 보러 가기

동영상의 앞부분에 나온 자막으로 짐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영상은 지구로부터 8천만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 NGC2442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 이상 같은 곳을 촬영한 사진을 연속으로 이어 붙여서 만들었습니다. 동영상 우측 상단의 날짜를 유심히 보시면, 3월 초에 은하 내부의 한 점에서 엄청나게 밝은 광원(光源)이 생겨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SN2015F라는 이름이 붙은 '초신성'입니다.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별이 폭발하면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달하는데, 이게 지구에서는 마치 새로운 별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그동안 초신성의 폭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해 왔습니다. 
 
태양 질량의 12배에 못 미치는 두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진 쌍성계가 진화하면 더 무거운 항성이 진화의 최종 단계인 백색왜성으로 변합니다. 백색왜성은 행성 내부의 핵융합이 중단돼 더 이상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고 점차 식어가는 별로, 핵이 중력에 의해 붕괴하는 것을 막지 못해 밀도가 매우 높은 상태가 됩니다.

별의 진화 단계상 백색왜성은 오랜 세월을 통해 점차 식어가 결국 관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지만, 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쌍성계에서는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두 별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먼저 진화한 백색왜성이 다른 별, 즉 쌍성계의 동반성을 급격히 끌어들이게 되는 겁니다.

동반성의 구성 재료를 게걸스럽게 끌어들이다가 중력적으로 불안정해진 백색왜성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지나면서 폭발하는데 이게 바로 초신성(제1a형)입니다.
 
그동안 백색왜성에게 가스를 빼앗기는 동반성은 적색거성일 것으로 예측돼 왔습니다. 적색거성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진화단계에서 백색왜성이 되기 전에 크게 부풀어 오른 거대한 별로, 쌍성계에서 먼저 백색왜성이 되지 못한 탓에 백색왜성에게 폭발의 재료를 제공하고, 끝내 폭발에 이르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학계는 생각해 왔습니다.
 
앞서 보신 영상을 다시 한 번 떠올려 주십시오. 이 영상을 만든 연속 사진은 호주 내륙의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에 있는 '이상각 망원경'이 관측한 결과입니다. 
이상각망원경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관측 결과를 분석해 초신성 SN2015F가 기존에 알려진 백색왜성-적색거성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백색왜성-보통 별(주계율성)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섬광의 세기로부터 폭발한 백색왜성의 동반성 크기가 태양과 비슷하거나, 태양의 10%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초신성이 백색왜성과 태양 크기, 혹은 그 이하인 보통 별의 상호작용이라는 가설을 관측 결과로 증명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물론 초신성이 폭발하는 빛, 즉 '섬광 효과'를 관측하는 데 성공한 것 자체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임명신 교수에 따르면 제1a형 초신성 폭발이 시작되는 장면을 관측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10건 정도 있지만,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섬광현상, 즉 빛이 처음 생겨서 엄청나게 밝아지는 현상을 포착하는 데 실패했고, 성공한 한 건 또한 매우 특이한 초신성에 대한 연구라 일반적인 초신성 폭발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초신성의 밝기는 상호작용하는 두 별이 클 수록 뚜렷하게 보이는데, 보통 별은 적색거성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일어날 거라는 이론은 있었지만 이를 관측을 통해 증명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웠다는 거죠. 연구진은 기존보다 5배에서 10배 가까이 더 희미한 섬광현상을 관측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웠고, 마침내 성공한 겁니다. 
초신성폭발장면
 
그렇다면 기존의 초신성보다 훨씬 '어두운' 초신성을 관측한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먼저, 당연히 초신성의 폭발 메커니즘을 다루는 천문학 교과서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습니다. 초신성의 발생 원인 가운데 하나로 백색왜성과 보통 별의 상호작용이 좀 더 크게 다뤄지게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또 한 가지는 보다 '물리적으로 정밀한' 우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초신성의 최대밝기가 거의 일정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요, 최대밝기가 일정하다는 말은 밝기를 측정하면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밝기 10와트(W)짜리 전구가 관측자로부터 10m 떨어져 있을 때의 밝기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같은 전구가 얼마나 어두워졌는지 혹은 밝아졌는지 그 정도를 측정하면 관측자와의 거리를 계산해 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초신성은 이렇게 멀리 있는 우주 천체들까지의 거리를 재는데 필수적인 폭발현상이므로, 초신성의 폭발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면 지구로부터의 거리 등도 좀 더 정밀하게 알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앞에서 든 예로 다시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10와트 전구'의 상대적인 밝기로 거리를 측정해 왔는데, 그 10와트 전구의 색이 밝은 흰색인지 주황색인지를 알 수 있다면 거리 측정이 좀 더 정밀해 질 수 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주 팽창에 대한 측정과 빅뱅 이후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에너지에 대한 연구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이 관측에 성공한 초신성 SN2015F는 지구로부터 8천만 광년 떨어져 있었습니다. 폭발로 일어난 섬광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무려 8천만 년이 걸렸고, 뒤집어 얘기하면 올해 3월에 관측된 이 폭발은 지금으로부터 8천만 년 전에 일어난 일이 됩니다.

이 작은 지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죠. 그런데 만약에 초신성의 폭발이 8천만 광년 밖이 아니라 폭발 여파가 100년 안에 지구에 도달하는 100광년 안쪽이라면 어떨까요?

초신성 폭발이 태양으로부터 100광년 이내인 곳에서 일어날 경우, 폭발 시 방출되는 수많은 방사선 입자와 X선, 감마선과 같은 유해한 고에너지 광선이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100광년 이내에 있는 약 1만 개의 별(항성)들 가운데 지금까지 관측된 적색거성은 없으므로, 초신성 폭발이 백색왜성과 적색거성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는 기존의 이론만을 채택한다면 이 거리 안에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만한 별은 아직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관측된 대로 초신성 폭발이 백색왜성과 보통 별의 상호작용으로도 일어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00광년 거리 안쪽에 있는 보통 별 옆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백색왜성이 있다면 그런 곳에서도 동영상과 같은 초신성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인류는 앞으로 100년 안쪽에 큰 생존의 위기에 봉착하게 될까요? 그런 일이 일어날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초신성 폭발의 전조는 과학자들이 여러가지 관측 결과를 토대로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다고 하고요, 더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 그런 전조가 가까운 항성에서 관측된 사례는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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