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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바링허우'가 사상 가장 저주 받은 세대?

[월드리포트] '바링허우'가 사상 가장 저주 받은 세대?
'바링허우',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80년 이후'라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8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킵니다.이들은 중국이 개혁, 개방에 나선 이후 태어났습니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날로 부강해지는 동시에, 사회가 어지러울 만큼 큰 변화를 겪었던 시기에 유, 소년기를 보냈습니다.

때문에 이전 세대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그러다보니 '바링허우'는 항상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었습니다.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만큼 '바링허우'라는 말은 언론의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바링허우'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중국 역사상 가장 불운한 세대다, 아니다라는 논쟁이 불거진 것입니다. 계기는 중국 정부가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도입하기로 한 결정입니다. '1가구 1자녀' 정책의 전면 철회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쉽겠네요.

잘 아시다시피 중국은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1980년부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가정에 1자녀만 갖도록 요구했습니다. 단순히 권고가 아닙니다. 2자녀 이상을 가질 경우 막대한 벌금을 물리고 각종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대단히 강력한 조치였습니다.

덕분에 중국은 파국적인 인구폭발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35년이 지난 지금은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걱정하게 됐습니다. 자칫 사회,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아무 조건 없이 한 쌍의 부부가 2자녀를 갖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바링허우', 80년대 출생자들은 중국 역사상, 아니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거의 전체가 외동인 세대로 남게 됐습니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있으실 듯합니다. '쥬링허우', 즉 90년대 이후 출생자들도 외동 아닌가? 현재는 그렇죠. 하지만 앞으로 외동 신세를 면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가정해보죠. 95년쯤 스무 살의 나이에  첫 아이를 낳은 여성이 있습니다. 이제 내년부터 둘째를 가져도 됩니다. 이제 마흔을 조금 넘었으니 늦둥이를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니까 '쥬링허우'는 세대 전체가 외동인 상태는 면하게 된 셈이죠.

반면 '바링허우'는 늦둥이 동생을 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80년대의 마지막인 89년에 스무 살의 나이로 첫 자녀를 갖게 된 여성이라도 내년에 늦둥이를 보려면 46세의 나이에 임신을 시도해야 합니다. 쉽지 않겠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바링허우'들이 앞 다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은 역사상 '최악의 바가지를 쓴' 세대라고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견 이해가 됩니다.

"이제 곧 부모님들이 일선에서 은퇴하면 우리 부부는 최소 6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 그리고 2명까지 낳을 수 있게 된 자녀 말입니다. 여기에 평균 수명이 크게 늘면서 조부모, 외조부모, 배우자의 조부모, 외조부모도 모두 생존해 계시기 때문에 자칫 부양가족이 10명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자녀에 대한 양육비, 교육비는 해가 갈수록 급등하고 있죠. 반면 노후에 대한 사회 보장 제도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겨우 사회에서 자리 잡은 젊은 층인데도 생활에 대한 압력과 부담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자신들이 최악의 세대라는 푸념은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는 중국에 본격적인 경쟁 체제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졌습니다. '바링허우'가 대학을 가기 시작하면서 대학 수업료가 현실화, 쉽게 말해 대폭 올랐죠. '바링허우'가 직장을 얻는 시기부터 회사가 집을 마련해주는 제도는 사라졌습니다. 과거 정부가 계획하고 통제해 공급해주던 모든 것들을 우리 때부터는 스스로 쟁취해야 했습니다. 공산주의식 평등을 누리던 전 세대는 느껴보지 못한 막대한 경쟁 스트레스를 우리 세대부터 경험하게 된 것이죠."

실제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바링허우'는 신중국 성립 이후 처음으로 취업의 어려움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치솟는 물가, 특히 주택 가격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자녀를 키우려면 우리 돈으로 최소 5억 원이 들어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만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둬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의 부담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바링허우'의 투덜거림에 다른 세대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합니다. 호강에 겨워 객쩍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죠. "'바링허우'는 개혁, 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의 과실을 가장 만끽한 세대입니다. 그 전 세대만 해도 빈곤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했어야 했는데 '바링허우'는 적어도 먹고 입는 문제를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부모와 양측 조부모 등 모두 6명의 몸종을 거느리고 '소황제'로 떠받들어진 것은 어떻고요. 그 전 어느 세대보다 전폭적인 교육 기회를 부여 받았습니다. 아울러 더욱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개성을 마음껏 개발할 수 있었죠. 부러움을 받았으면 받았지 가장 저주를 받았다니요!"

특히 바링허우 직전 세대들의 탄식하는 소리가 큽니다. "'우링허우와 류링허우(50년대, 60년대 출생자들)'는 어린 시절 대약진 운동 기간 동안 기아와 아사의 위협을 헤쳐 나와야 했습니다. 십대 때에는 문화대혁명으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홍위병으로 피의 투쟁도 벌였죠.

'바링허우'들이 걸핏하면 투덜거리는 대학 수업료와 집값도 사실 주부담자는 우리입니다. 자기들이 직접 그 돈을 마련했나요? 그렇다고 '우링허우' 이전 세대는 편했나요? 일제 침략과 국공 내전, 신중국 건설 등 중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그런데 '바링허우'가 감히 '저주 받은 세대' 타령을 하다니요."

만물은 유전하는 법이니 어떤 세대이든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세월의 무게는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무거워' 보이겠죠. 하지만 윗세대가 겪었거나 다음 세대가 경험할 세월의 무게가 내 것보다 가볍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경중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세상 어디서나, 어느 때나 '사상 가장 저주 받은 세대는?'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결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내 자신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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