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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음이 더 뜨거웠던 '진짜 소방관' 故 이병곤 소방경

[취재파일] 마음이 더 뜨거웠던 '진짜 소방관' 故 이병곤 소방경
지난 3일 밤, 보도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서해대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제보 전화였습니다.제보가 들어온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 중이던 한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속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서해대교 주탑에서 발생한 화재로 끊어진 케이블에 맞아 목숨을 잃은 고(故)이병곤 소방경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방경은 1990년부터 25년 간 일해온 베테랑 소방관입니다. 평택소방서 소속 포승안전센터장을 맡고 있던 고인은 사고 당일에도 11km 떨어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작업을 하다 순직했습니다.

4일 새벽,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중앙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급하게 달려온 가족과 지인들. 직업 군인인 큰 아들과, 4개월 전 입대한 작은 아들은 군화에 묻은 흙을 채 털어내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빈소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전한 고인은 의로운 소방관이었습니다.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2008년 용인물류창고 화재, 2013년 안성코리아냉장고 화재,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 속에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건사고 현장을 고인은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고인과 1990년 '입사 동기'인 원남희 소방경(평택소방서 구급대장)은 "소방관에게 가장 명예로운 119 대상을 받을 정도로 솔선수범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던 소방관이었다"고 고인을 회고했습니다.
故이병곤 소방관
고인은 화재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도 '뜨거운 사나이'였습니다. 동네 지인들과 봉사 동호회를 만들어 10년 넘게 불우이웃을 도왔다고 합니다. 그 동호회 이름은 '한얼회'였습니다. 

'큰 정신'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주로 편모, 편부 가정을 지원해왔습니다. '한얼회' 활동을 함께 해온 홍영혁(57)씨는 지난 4일 빈소에서 "우리가 7명인데 한 자리가 비네요. 그 상실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동호회 활동과 별개로, 고인의 일상도 기부와 선행이 늘 함께 했다고 합니다. 고인은 주변 초등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안전교육 강사로도 활동을 해왔는데 지난 달 중순 쯤 경기도 안성에서 강연을 하고 받은 강연료 30만원을 지역 노인정에 기부를 하고 왔다고 합니다.

"기부를 하고 오니 마음이 참 뿌듯하다고 그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그런 사람이고, 그런 친구였습니다."(홍영혁 씨)

오늘(7일) 오전, 고인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정부는 영결식을 경기도청장으로 엄수했고 1계급 특진(소방령) 및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습니다. 고인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됩니다. 한 대기업은 고인에게 '의인상'을 수여하고 유족에게 1억원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훈장보다 고인이 걸어온 지난 25년의 삶, 그 자체가 가장 큰 훈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이 후배 소방관들의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큰 형 이병수 씨는 기자에게 이 말을 꼭 보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대한민국 소방공무원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소방관들의 사기를 높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의 죽음이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화재 현장에서도, 일상에서도 늘 뜨거운 마음으로 동료와 친구와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고인. '진짜 소방관' 이병곤 소방경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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