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파리 특파원의 테러 취재기…그들이 침몰하지 않는 이유 ②

▶ [월드리포트] 파리 특파원의 테러 취재기…그들이 침몰하지 않는 이유 ①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 다음날, 제1야당 대표인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만났다. 대 테러 전선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사르코지는 평소 올랑드의 안보 정책이 물렁하다고 비판해왔지만, 만남 이후 협력을 약속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연기하자고 제안했다가, 정부가 강행의 뜻을 밝히자 입장을 변경했다. 대통령은 테러 사흘째,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취임 이후 첫 합동 연설이었다. 이례적이었다. 대통령은 테러를 저지른 IS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 모두가 일어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했다. 프랑스는 오는 6일 지방 선거가 있어서 여야간 경쟁이 치열한데, 위기가 닥치자 모든 정치 논쟁이 사라지고 테러 극복에 힘을 모았다.

시민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테러 직후 파리시장은 추가 테러 위협이 있다며,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테러 다음날인 토요일은 모든 도시 기능이 마비됐을까 싶을 정도로 시내가 조용했다. 유일하게 헌혈의 집만 붐볐다.

부상자가 많다는 소식에 피를 나누기 위한 연대의 발걸음이었다. 몇 시간을 헌혈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돌아가기도 했다. 한꺼번에 너무 몰려서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테러 이틀째가 되자, 시민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자는 테러가 일어난 곳에서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바스티유 광장을 찾아갔다.

시민들은 늘 그렇듯 카페에 앉아,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거리 인터뷰를 했다. 정답을 외운 듯 똑 같은 말이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카페로, 공연장으로 갈 것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이다”라는 취지였다.

공포심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삶의 의지로 읽혔다.

담담함은 어디서 나올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교육의 힘도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테러 발생 사흘째 첫 월요일, 학교 문이 다시 열렸다.

프랑스의 모든 학교에서 테러에 대해 설명하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묵념 시간을 가졌다. 교실에서는 테러를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했다. 기자에게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는데 테러를 설명하기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며칠 지나 아이에게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물었다. 아이가 어려서 정확한 용어를 그대로 옮기지는 못했다. 선생님에게 들었다는 설명을 종합해보면, 십자군으로 시작된 기독교와 이슬람간 반목의 역사, 프랑스에 왜 테러가 일어났는지, 프랑스 국적자는 왜 테러범이 됐는지에 대해 배운 것 같았다. 아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사건의 배경을 자세히, 프랑스가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드러내 가르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테러를 선악으로만 가르치지 않고, 정보를 공개하고 이해하고 토론하게 만드는 것이 프랑스식 시민 교육의 출발이었다.

파리 테러는 프랑스의 대 중동 정책, 자국 내 무슬림에 대한 차별 등 여러 요인이 뒤엉켜 발생했다. 테러로 프랑스가 감추고 싶었던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도 프랑스는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침몰을 막기 위한 사회 구성원의 노력과 장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