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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HIV와 AIDS - 무지가 낳은 공포, 공포가 낳은 불안

[취재파일] HIV와 AIDS - 무지가 낳은 공포, 공포가 낳은 불안
누군가 버젓이 있는 것을 없는 체 할 때,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확률이 높다. 무엇인지 들여다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알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면해선 안 될 현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인터뷰/사례자 1]
“감염인, 에이즈, 그러면 일단 혐오하고 공포를 먼저 사람들이 떠올리니까. 초기에 감염인들이 '당신 양성이오' 이렇게 하면 일단 좌절하고 자살하는 분들도 계시고 이러니까요.”


⇒ 지난 30여 년 간의 내국인 누적 HIV감염인 현황을 보면, 남성이 10,328명(89.7%), 여성이 1,176명(10.3%)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약 10배 높게 나타났으며, 2014년 신규 감염인 연령별로는 20대가 344명으로(31.8%)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30대 232명(21.5%), 40대 210명(21.2%) 순으로 나타난다(질병관리본부, 2015).

⇒ 2014년도의 내국인 신규 감염인은 1,081명이며, 누적 감염인수는 11,504명이며, 이중 약 16%가 사망하여 약 9,615명의 감염인이 생존하고  있다. 이들의 사망 원인은 면역 결핍으로 인한 기회질환에 의한 사망이  가장 많았으며, 이외에 감염에 대한 자포자기로 인하여 치료약을 제대로 투여하지 않은 경우, 감염을 비관한 자살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 조사에서도 감염인은 비감염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자살율을 보이고 있어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 효과적인 HIV/AIDS 감염인 지원을 위한 정책 논의 - 김지영,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약을 복용하는 감염인들은 전파력이 없기 때문에, 혈액이 또 체외로 배출되면 금방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데다 전염시킬만한 양도 안 되고. 약을 복용하면 그래요. 실상은 그런데 의료계에서조차도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거부하고, 무슨 비닐을 쳐서. 이번에 XXX병원에 대해서도 진정을 넣었거든요. 의료인들조차도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고 있어요.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하고, 그냥 다른 환자랑 똑같이 해도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네, 그런 게 가장 큰 문제점이죠. 특별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리 해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 1990년대 중반 에이즈 치료약이 개발 보급된 이후 HIV 감염인의 기대여명이 연장되면서, 질병의 개념이 급성 감염성 질환에서 만성 질환으로 변화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HAART(*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 칵테일 요법이라고도 한다)의 보급으로 HIV 감염인의 기대 수명은 매년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60세 이상의 고령 HIV 감염인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 HIV 감염인의 장기요양 병원·시설이용 실태와 정상화 방안-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지금 그 전국 천 몇백 개 요양 병원이 HIV 에이즈 환자라고 해서 안 받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은 전염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도 그냥 의료 시설이 안돼 있다, 뭐 전문 의료 인력이 없다 이런 식으로. 똑같이 하면 되는데. 특별하게 뭘 할 게 없어요. 그런데도 편견 가지고 안 받으려고 하는 거죠.”

“감염인들은 대부분 혐오와 공포, 차별적인 시선들로 가족들과 단절된 채 살고 있어요. 단절. 그렇다고 뭐, 돈도 없어요. 병원에 갈 정도면 요양이 필요하다는 건데, 혼자 있으니까 간병이 필요할 거 아니에요. 간병에 들어갈 돈이,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럼 이 분들은 그냥 혼자 죽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전에는 HIV장기 요양 사업이라고 질병관리본부에서 간병을 지원해줬는데, 지금 아예 그것마저도 중단이 됐거든요. 한 달에 30만 원을 지원해주겠대요, HIV감염인 환자들한테. 간병인 비용이 80에서 12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그걸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요.”

⇒ 2014년 12월말 생존하고 있는 60세 이상 감염인 수는 1,135명으로 전체 감염인 수의 11.8%를 넘어섰으며, 향후 그 생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에 따르는 고령 감염인에 대한 복지 정책 수립은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누적 HIV 감염인의 생존율은 82.8%이고, 전체 HIV 감염인 중 50대 이상 연령층의 구성비는 21.1%에 이른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HIV 감염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종류 역시 크게 바뀌었다.
* 효과적인 HIV/AIDS 감염인 지원을 위한 정책 논의 - 김지영,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이전의 급성기 치료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만성 HIV 감염인에 대한 돌봄과 치료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HIV 감염인의 만성화 및 노령화에 따라 뇌병증, 뇌졸중 등의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 관련 종사자의 HIV 감연인 관련 경험 부족, 감염인의 절반 이상이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현실,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 여러 문제점들이 중첩되면서 만성 HIV 감연인들은 적절한 돌봄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HIV 감염인의 장기요양 병원·시설이용 실태와 정상화 방안-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인터뷰/사례자 2]
“HIV와 AIDS에 구별 둬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HIV, 에이즈가 어떻게 다른지 확실하게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것 같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민들의 인권 감수성, 그런 부분들을 증진을 시켜야 하는 때이지 않나.”

⇒ HIV와 에이즈(AIDS)는 다른 말이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하며,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의 영어 약자로 HIV 감염으로 면역이 결핍돼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HIV에 걸린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르진 않는다. HIV 감염인이란 HIV에 걸린 모든 사람을 말하며 이 중에서 질병진행으로 면역체계가 손상, 저하됐거나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른다.
* HIV 감염자 절반이 20대…감염 연령 낮아지는 경향 - 연합뉴스 2015-11-30

“일단 병원 진료랑 취업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역시나 차별 금지법을 보면 취업 시 (차별을 받아선 안 되는 부분에) 성별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거기에 병력도 포함돼 있어요. 그런데도 기업에서 HIV 에이즈 항목을 포함해서 신체검사 받는 부분이 있어요. 근데 그 부분이 불법인데도, 아직 그렇게 하는 기업들도 많은데다, HIV 에이즈 감염이란 사실이 확인되면 은근슬쩍 사직을 권유한다거나 이런 부분이.”

⇒ HIV/AIDS 감염인의 인권 침해 실태
1) 취업에서의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감염인은 사회적인 추방 현상과 심적 고통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참여하기가 곤란하며, 절대 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감염 사실이 알려졌을 때 직장에서의 전직, 승진 기회 박탈, 해고 등의 조치에 노출
3) 사회 취약 계층 감염인에 대한 대안 부재
4) 검사 비용 및 치료비 마련의 어려움
5) 보호 대상 선정 기준으로 인한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6) 직장 정기 검진에서 감염사실이 노출될 위험에 불안해하는 사례
* HIV 감염인 및 AIDS 환지 인권상황 실태조사 (2005), 국가인권위원회
* 에이즈 감염인의 생활 및 지원 실태 조사 (2009.3),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질병관리본부
* 에이즈 예방법상 감염인의 인권침해요인과 인권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07.6), 한국의료법학회지 제15권 제1호
“환자의 동의 없이 일절 발설하면 안 되는 것인데도, 그냥 '여기에 HIV 환자' 이러면서 큰 소리로 얘기한다거나. 심지어 어제 저희 카페 회원 중 한 분이 다리를 다쳐서 국가 지정 병원을 갔는데 거기에서 한 간호사 분이 'PL(People Living with HIV/AIDS) 환자 1인실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해요.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원하지 않은 아웃팅(outing)이 되었던, 며칠 전에 일어난 사건이에요.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인권 차별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적잖아 있죠.”

⇒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
- 반 인권적 강제검진 실시
감염인의 배우자까지 강제 검진 대상으로 설정하여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한편 감염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강제 검진이 에이즈 예방에 있어 실효성이 없음을 국제사회는 강조하고있다. UNAIDS/WHO는 HIV검사에 대해 '3Cs' 원칙(비밀이 보장되어야 하고, 상담이 수반되어야 하며, 수검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준수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자발적 검사가 감염을 막는데 훨씬 효과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 프라이버시 보호 미흡
보건소, 시·도, 질병관리본부까지 실명으로 보고하는 감염인 감시체계는 보고과정 또는 정보관리 과정 중 감염인의 인적 사항을 타인에게 노출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신고 및 보고와 관련하여 국가가 수집하는 개인신상정보를 최소화 및 보고 단계를 축소할 필요가 있고, 감염인의 개인정보를 보유하는 관계인의 비밀준수 의무를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직장 등에서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를 금지하여야 하고, 감염인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시 본인 동의 원칙 및 해당 개인정보에 대한 무단접근 금지를 명문화하여야 하며, 감염인 격리조치에 대한 절차적 민주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 HIV/AIDS 감염인 장기요양병원·시설 정상화를 위한지자체 차원에서의 제도 구축 방안 지정토론 - 이재화, 대구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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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오늘은 세계보건기구, WHO가 정한 '제28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다. 나의 무지(無知)로 누군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 한번 쯤, 불안과 공포를 걷어내고 실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국내 에이즈 생존 감염인은 10,637명으로 2012년 7,788명, 2013년 8,662명, 2014년 9,615명에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감염인이 진료를 받을 시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데 2016년도 예산안은 올해 26억 2600만 원 대비 3800만 원 감소한 23억 8,800만 원이다. 이마저도 미지급금(지난해 14억원, 올해 21억 원 예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회예산정책처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건복지위원회, 2016

[인용 자료]
* 효과적인 HIV/AIDS 감염인 지원을 위한 정책 논의
- 김지영,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 HIV 감염인의 장기요양 병원·시설이용 실태와 정상화 방안
-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HIV/AIDS 감염인 장기요양병원·시설 정상화를 위한지자체 차원에서의 제도 구축 방안 지정토론
- 이재화, 대구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 HIV 감염인 및 AIDS 환지 인권상황 실태조사 (2005), 국가인권위원회, pp.84~87
* 에이즈 감염인의 생활 및 지원 실태 조사 (2009.3),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질병관리본부, p.93
* 에이즈 예방법상 감염인의 인권침해요인과 인권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07.6), 한국의료법학회지 제15권 제1호, pp.68~69
* 국회예산정책처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건복지위원회, 2016, pp.129~130.

** 도움 말씀 주신
'한국 HIV/AIDS감염인 연합회 Korea Network PLWHA(KNP+)( http://knpplus.org/)'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http://aids.mymedi.net/)' 관계자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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