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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과 서울의 ‘나 몰라’ 혈세 낭비

[취재파일] 평창과 서울의 ‘나 몰라’ 혈세 낭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프로젝트 리뷰가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강원도 강릉에서 열렸습니다. 구닐라 린드베리 평창 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과 IOC 실무 담당자들은 경기장 건설, 교통, 숙박, 스폰서 유치, 입장권 판매 계획 등 모든 사항에 대해 평창 조직위원회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최대 현안은 단연 내년 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키 월드컵의 정상적 개최 여부입니다. 이 대회는 평창 동계올림픽 전체 23개 테스트 이벤트 가운데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스키 월드컵에서는 남자 스키의 꽃인 활강과 슈퍼대회전 종목이 열립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
문제는 현재 건설 공정률이 턱없이 낮아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환경 훼손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에는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착공은 더욱 지연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각 공사를 펼쳤지만 선수 이동용 곤돌라를 설치하기에는 지반이 연약하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보강 공사를 해야 했고 그렇게 되면서 시간이 또 지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강원도는 다급한 나머지 지난 10월 초부터 야간 공사에 돌입했습니다. 건설업체 측은 야간 공사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강원도에 추가로 요구했고 최문순 강원지사는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건설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2014년 1월 강원도가 작성한 공식 문서에 따르면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사업비는 1,095억 원입니다. 그런데 1년 만에 1,723억 원으로 폭증했습니다. 무려 628억 원, 57.3%나 늘어난 것입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정부가 건설비의 75%, 강원도가 25%를 부담합니다. 결국 국민 세금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1년 7월초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정선 알파인 경기장 부지의 지반이 약하다는 것은 4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확인됐습니다. 몇 년을 허송세월한 대가로 엄동설한에 돈을 퍼부어가며 야간에 ‘초치기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계의 웃음거리가 된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그들의 눈에서 볼 때 몇 년을 허비하다가 이제 와서 야간 공사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부리는 게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 프랑코 카스퍼 국제스키연맹(FIS) 회장은 이미 올해 초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키 월드컵의 정상 개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9월 하순 제가 평창에서 만났을 때 그는 “곤돌라만 2016년 1월10일까지 설치하면 대회를 치를 수 있다”며 마치 큰 선심을 쓰듯이 말했습니다.

최근 국제스키연맹은 2016년 1월20일까지만 곤돌라 설치가 끝나면 대회를 진행하겠다며 다시 10일을 늘려줬습니다. 그런데도 새로 취임한 여형구 평창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입에서 “매우 크리티컬(Critical, 심각한)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고척돔
국제적 망신도 당하고 혈세까지 낭비한 것은 강원도 평창뿐이 아닙니다. 한 달 전 고척동 돔구장을 개장한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6년 동안 2,700억 원을 투입하고도 엉터리 경기장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전광판이 너무 작아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고 주차는 500대도 어렵습니다.

가운데 앉은 관중이 화장실에 가려면 10명 이상에게 불편을 끼쳐야 할 정도로 좌석 폭이 좁습니다. 주변 교통이 늘 극심한 정체를 빚을 정도로 입지 여건이 최악입니다.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서울시는 각종 불편 사항에 대해 개선 작업에 나설 방침인데 문제는 또다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 돈은 결국 서울 시민의 세금입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개인 돈을 십시일반으로 걷을 리는 만무합니다.     

강원도 평창이나 서울시 모두 이렇듯 혈세를 낭비하는 근본 이유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평창의 스키점프대는 바람이 너무 강한 곳에 지어졌습니다. 지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지만 500억 원 이상을 들여 건설됐습니다. 현재 방풍막 공사를 한다고 또 수십억 원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징계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고척동 돔구장의 경우에도 서울시의 판단 착오와 탁상 행정이 분명하지만 관련 실무자들이 너무 많이 바뀌어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공동 책임은 무책임’인 것입니다.

공무원이 50만 원의 뇌물을 받아도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없지만 행정의 무능으로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쳐도 아무런 징계를 당하지 않는 것이 현재 평창과 서울의 현실입니다. 무능이 징계를 당하지 않으면 그 무능은 습관화됩니다. 국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해당 관계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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