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구 외곽의 한 전원주택 앞.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관 5명이 집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경찰 도움을 받아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양도소득세 9억여 원을 내지 않은 서 모 씨의 재산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서 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 원의 자금을 세탁해 현금으로 숨겨놓은 상태였습니다.
며칠간 숨죽이며 잠복하다가 수색을 개시한 조사관들은 서 씨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전원주택 곳곳을 살피다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 원권 등 한화 5억 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 원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습니다.
전체 액수가 자그마치 6억 원에 달했습니다.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소개한 재산추적조사 사례를 보면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체납자들의 온갖 '꼼수'가 드러납니다.
소득세 등 수백억 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던 중개업체 대표 이 모 씨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국세청은 이 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즉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시가 80억 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천200여 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돼 압류·봉인조치됐습니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김 모 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여서 신고하는 수법을 써 93억 원이 넘는 고액 체납세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김 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업체를 폐업하고 미술품들을 숨겨놓은 채 차명으로 사업을 계속했습니다.
타인 명의로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호화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국세청 조사관들의 끈질긴 미행과 탐문 끝에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해 둔 미술품 은닉장소가 들통난 것입니다.
국세청은 김 씨가 숨겨뒀던 고미술품 500여 점을 압류했으며, 이중 값비싼 것들을 중심으로 1차 공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43억 원을 체납하고 그린피를 현금으로 받아 체납처분을 회피하던 전북의 한 골프장을 기습적으로 점검해 클럽하우스 사무실에서 2억 원을 압류하기도 했습니다.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쯤 금고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현장수색을 실시한 덕입니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의 여관건물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해 놓고 20억 원을 체납한 조 모 씨가 지인 명의를 빌려 주택을 매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을 통해 체납액 수억 원을 징수하기도 했습니다.
또 조 씨가 건물 매각대금으로 아들 빚을 갚아준 사실을 확인해 아들에게 증여세를 물렸습니다.
조 씨 등은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부동산에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해놓고 법인세 등 21억 원을 내지 않으려던 윤 모 씨는 국세청 범칙조사를 받고 체납액을 모두 납부했습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가마솥 아궁이에 6억 돈다발…세금 체납자 재산은닉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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