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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65분을 휘몰아치다

[리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65분을 휘몰아치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폭풍 같은 사랑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랑뿐 아니라 전쟁과 노예가 있으며, 고난과 성장의 대서사가 녹아있다. 미국 남북전쟁과 노예해방 등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이 무대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명쾌한 답을 줬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부 대농장의 장녀 스칼렛 오하라가 중심이 된다. 짝사랑하는 애슐리 윌크스와 자신을 사랑하는 레트 버틀러의 사랑 얘기도 잠시, 결국 남부전쟁은 발발하고,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스칼렛은 어머니의 땅 타라로 돌아가서 가족을 위해 강해진다. 스칼렛이란 여성의 전쟁 속 생존과 성숙, 그리고 사랑은 이미 소설과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한진섭 연출의 손을 거쳐 재연으로 탄생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연에 비해 훨씬 더 친절해졌다. 대사 수는 늘어났고, 지나친 함축과 생략은 피했다. 지난해 초연에서 장면과 장면의 분절, 지나친 함축 등 지적됐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165분의 공연시간을 마치 1분 단위로 쪼개 의미있는 대사와 극적 구조로 채워 넣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극 시작과 함께 남부와 북부가 왜 전쟁이 발발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또 스칼렛 오하라의 아버지와 어머니, 두 동생들의 캐릭터를 설명해, 스칼렛이란 인물 성격을 보다 공감하게 했으며, 이후의 성숙해 가는 과정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지난해 초연에서는 레트 버틀러가 오하라를 떠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단순한 갈등으로 묘사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레트와 스칼렛의 감정은 물론, 사건 및 드라마에도 더 비중을 둬 마지막까지 극에 몰입하게 했다.

초연이 추상화라면, 이번 공연은 관찰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풍경화에 가까웠다. 드라마와 대사가 추가돼 자칫 관객의 피로감을 줄 수 있었으나, 복병은 음악이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기넘버들의 배치 순서를 바꿀 뿐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넘버들을 추가해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결혼과 출산 이후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온 김지우는, 당초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가진 게 민망할 정도로 스칼렛 오하라 역에 빠져들어 있었다. 자연스러운 대사처리, 안정적인 보컬 등 그간의 연습량을 가늠케 했다. 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를 그대로 재연한 것 같은 모습에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레트 버틀러 역의 신성우는 다소 체력에 부치는 듯 대사 실수를 제외하면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였다. 정상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애슐리 역을 맡아 실제 눈물까지 쏟는 혼신의 연기로 관객들을 전율케 했고, 마마 역의 최현선은 재치있는 센스와 소울풀한 음색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5년 연말 새롭게 돌아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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