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쯤 23살 이 모 일병이 계속된 인격 모독과 구타, 가혹 행위로 군 복무 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병이 숨지기 전 정신과 치료를 자청하기도 했고 군 병원이 우울 증상을 확인해 지속적인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까지 내렸는데도, 부대가 이를 다섯 달이 넘도록 방치하고 심지어 보호자에게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허위 보고까지 했다는 사실 얼마 전 보도해 드렸죠. 이게 그냥 일부 폭력적인 병사들 개개인의 문제일까요? 이경원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1년 전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교 내에서 발생한 폭력 사실을 설문지에는 쓰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습니다.
그래서 학생 2명이 사망한 한 고등학교에서도 막상 실태 조사에서는 폭력 피해를 봤다고 진술한 학생이 단 1명에 불과했었죠.
이 모 일병이 속해있던 부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더했습니다. 그가 전입 후 소속대에 만연한 부조리를 고발하자 이기적이라며 왕따를 시킨 겁니다.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과 함께 군의관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진료의 기회도 박탈해 버렸습니다. 조직의 안정, 질서, 위계 서열을 지키는 데에 개인의 인격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겁니다.
급기야 또 한 명의 청춘이 절망감에 소중한 생명을 잃었지만, 이 자살 사건의 결론은 가해 선임병들과 무관심했던 지휘관들을 감봉 조치 등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아주 이상한 몇몇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서 끝난 겁니다.
[이 일병 유족 : (부대에서는) 순직처리 됐고 이제 됐으니까 자기네들은 끝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이와 비슷하게 윤 일병 사망 사건 때도 우리는 윤 일병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이 병장에게만 분노했습니다. 이 병장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 사이코패스임을 증명하는 데에 집중한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극단적인 이상치보다 우리 사회 평범한 사람들의 평균치에 대한 논의와 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조직의 폭력을 너무나도 당연시하고 내면화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데서부터 변화는 가능할 겁니다.
▶ [취재파일] ‘진짜 사나이’ 그리고 한 군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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