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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동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6가지 이유

[취재파일] 중동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6가지 이유
 
▲ 무아마르 카다피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극좌 게릴라인 ‘검은 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살해하는 테러를 저질러 세계를 경악케 했습니다. 이후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와 이스라엘은 테러와 ‘피의 보복’을 수십 년 동안 반복했습니다. 1988년에는 미국 팬암 여객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에서 추락해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리비아 국가원수인 무아마르 카다피가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기와 목적은 각각 다르지만 1970년대 이후 극단적인 이슬람 세력이 저지른 테러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지난 주말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최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의 ‘파리 테러’를 비롯해 이슬람 무장 단체의 잇단 만행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왜 그렇게 잔인하게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냐? 중동에는 언제 평화가 올 것이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이슬람과 중동은 테러, 전쟁과 사실상 동의어가 된 상황입니다.

거의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들로 이뤄진 중동(Middle East) 지역의 비극은 사실 어제 오늘의 아닙니다. 2차 대전 이후 이 지역은 전쟁과 테러, 종족 분쟁, 종교 및 종파 갈등, 독재, 인권 탄압, 학살, 가난 등 질곡의 역사로 점철돼 왔습니다.

이슬람과 중동은 왜 이렇게 됐을까? 해결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에 1990년 대 국제대학원에 다닐 때 공부했던 노트를 오랜만에 꺼내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세계적 석학들의 논문도 몇 편 살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제 노트에 적힌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예를 들어 매듭이 1-2개이면 간단히 풀 수 있지만 매듭이 수십 개이면 풀기가 매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지금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교적, 인종적, 지역적, 경제적 모순과 갈등이 서로 중첩돼 있는, 쉽게 말해 꼬이고 꼬인 실타래이기 때문에 이를 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아랍의 비극이 해소되지 않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독교 vs 이슬람교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 유일신을 믿는 종교로 양측의 대립은 1,400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세기 말부터 거의 200년이나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은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전후 8회에 걸쳐 원정 전쟁을 감행했습니다. 이른바 <십자군전쟁>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약탈과 잔혹한 주민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노인, 어린이, 여자 가릴 것 없이 아무 죄 없는 숱한 무슬림들이 희생됐고 이 한(恨)은 700년이 넘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2. 지배자(백인) vs 피지배자(아랍인)

<십자군전쟁>에서 기독교를 믿는 백인들에게 처절하게 당한 이슬람 세력은 20세기 들어 이들에게 또다시 지배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아랍지역의 지배자가 되면서 무슬림들은 피지배자로 전락한 것입니다. 현재 아랍 국가들의 국경선을 보면 대부분 자로 잰 듯이 일직선으로 돼 있습니다. 서유럽 열강이 자신들의 의사대로 국경을 정했다는 뜻입니다. 아랍 민족의 자존심에 또다시 큰 상처를 남긴 것입니다.

3. 이스라엘  vs 범 아랍(이란 포함)

중동 이슬람 국가들을 결정적으로 분노하게 만든 것은 이스라엘 건국입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아랍 민족이 아닌 이란까지, 모든 무슬림이라면 치를 떠는 나라가 이스라엘입니다. 그런데 영국은 1915년 팔레스타인 지역을 돌려주겠다는 <맥마흔 선언>을 발표했고 1917년에는 유태인 국가 건설 약속하는 <벨푸어 선언>을 내놓았습니다.

상호 모순되는 행태로 중동 분쟁의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아랍의 한 복판에서 그것도 무슬림도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일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으니 사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4.  친미국가(왕정) vs 반미국가(공화정)

중동 문제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이 지역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또 러시아와 인근한 지역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둘째: 이스라엘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계와 재계에는 유태인 출신 거물이 즐비하기 때문에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反이스라엘’ 정책을 펴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막대한 석유 이권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개입으로 아랍 국가는 크게 친미국가와 반미국가로 양분돼 있습니다. 친미국가는 대부분 왕정 체제인 게 특징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카타르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집트는 왕정이 아닌 공화제 국가인데도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에는 친미 정책을 펼쳤습니다. 반미국가는 대부분 공화제입니다. 이란. 시리아가 대표적이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 이라크(공화국)는 아랍의 맹주를 자처하며 ‘반미’의 선봉장을 자임했습니다.

5.  수니파 vs 시아파

이슬람교 신자 사이에도 종파별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무슬림의 양대 계파는 수니파와 시아파입니다. 페르시아족인 이란은 시아파가 90% 이상 압도적이어서 종파 분쟁이 거의 없습니다. 이라크는 수니파가 소수인데도 사담 후세인(수니파)이 집권할 때 다수였던 시아파를 물리력으로 탄압했습니다. 이는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아랍 국가들은 수니파가 다수이지만 내부적으로 시아파로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 요인이 ‘시한폭탄’처럼 늘 잠재하고 있습니다.  
 
6. 글로벌 스탠더드 vs 反문명


 20세기는 인류 문명사에 한 획을 그은 시대입니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신분제가 거의 폐지됐고 인권과 참정권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여성의 인권이 급속도도 신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슬림은 여전히 남자 1명이 여러 명의 아내를 가질 수 있는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외출할 때 반드시 히잡, 차도르, 부르카를 착용해 신체와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이슬람의 이런 문화는 세계사적 조류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유럽 기독교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슬람 문화의 특징은 ‘反문명’ 즉, 현대 문명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돼 무시와 멸시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서구인들의 이런 태도와 반감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무한 보복을 일으키는 악순환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의 정치 체제를 보면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 있는 ‘정교분리’가 일반적인데 반해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정치와 종교가 한 몸인 ‘정교일치’ 체제입니다. 이밖에도 서구 기독교 문명과 중동 이슬람 문명은 한마디로 ‘물과 기름’이라 할 만큼 공통되는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명의 충돌>과는 상관없이 무고한 인명에 대한 살상은 종교를 넘어 반인륜적 행위임에 틀림없습니다. 최근 이슬람 무장 단체의 잇단 테러는 그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만행임이 분명합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미증유의 테러 위협을 분쇄할 현명한 지혜와 각국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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