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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부리고 화장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SBS 스페셜] 바람의 학교 1부 '꼴통'

대한민국 고교생의 절반은 "학교 그만 두고싶다". 2014 교육부 학업중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루 평균 학교를 떠나는 학생 수 70여 명. 2014년 한 해에만 고등학생 2만 5천여 명(1.38%)이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를 떠났다. 학업중단의 형태로는 자퇴(95.15%)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학업중단의 가장 큰 요인은 개인 형편도 대안 교육 선호도 아닌 바로 '학교 부적응'이었다.

하지만 학교 밖으로 튀어나온 학업 중단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교실 안의 학교 부적응, 학업중단 청소년도 있다. 48%나 되는 고등학생이 평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단지 졸업장 때문에, 부모님과 선생님의 압박에 억지로 학교엔 가지만 교실에서 엎드려 잠만 자는 것이 전부인 대한민국 절반의 아이들.

"학교, 왜 다녀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아깝잖아요. 3년 동안 하지도 않는 공부하려고 책상에만 앉아있는데."
"기숙사까지 하면 한 달에 한 50(만원)나와요. 10달이면 500이고 3년이면 1500만원인데, 낭비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꿈도, 목표도 없이 그냥 선생님,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공부만하는 게 이상해요."

- '바람의 학교' 입학생들의 말

일반적으로 학교 부적응의 원인은 가정경제와 학업성적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바람의 학교' 제작진은 학교에 적응하는 아이와 부적응하는 아이의 결정적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1천 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희망진로가 없는 상위권 학생이 희망진로가 있는 하위권 학생보다 학교 적응 수준이 떨어졌다. 성적과는 무관하게 희망진로가 없는 학생들이 학교 적응 수준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학생의 학교 적응 여부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희망 진로'의 유무였던 것이다.

무슨 옷을 입어도, 어떤 실패를 해도 멋있고 아름다운 청소년. 그러나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입시교육이라는 갑갑한 감옥에 갇혀있다. '입시의 입시에 의한 입시를 위한' 줄 세우기 교육이 된 학교에서 '스카이·인서울'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은 잊혀지고 결국 무단결석, 무단지각, 무기력, 비행, 중독 등 여러 형태로 길을 잃는다. 꿈도 희망도 없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바람부는 곳 어디든 학교다'…'모두의 바람이 이뤄지길'

돌·바람·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 그 중에서도 바람이 가장 많이 분다고 알려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 화산의 흔적인 6개의 오름에 풍력 발전기가 더해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바람 소리만이 들판을 가득 채우는 이 곳. 세상에 없던 새로운 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 학교의 이름은 '바람의 학교'.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 수도 없고, 반경 13km 이내에 PC방과 노래방은 커녕 편의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오로지 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는 한라산 끝자락에 들어선 바람의 학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곳에서 '모두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미의 'WISH SCHOOL'. 그리고 ‘바람이 부는 곳이면 어디든 학교다’라는 의미의 'WIND SCHOOL'. 아이들 마음에 여유와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학교. 과연 '바람의 학교'에는 어떤 바람이 불게 될까.

전국에서 모인 16명의 꼴통·무기력·다문화·모범생 등 개성강한 '바람의 아이들'. 소년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아이부터 등교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하교 직전까지 잠만 자는 아이. 중2때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택한 아이, 수학은 4점이지만 기타 칠 땐 행복한 아이. 컴퓨터 게임, 모바일 게임을 동시에 하며 게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 10살 때 방글라데시에서 입양 된 다문화 학생. 자퇴와 복학의 반복 그러나 또 다시 자퇴의 위기에 놓인 아이 까지. 사연은 다양하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교는 쓸모없다'고 입을 모은다.

5명의 선생님이 두 달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며 원대한 포부를 안고 아이들을 만났다. 천진난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는 교장 정광필(전 이우학교 교장). 엄격·단호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구민정(서울 방이중 교사, 2018 연극교과서 집필의원).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담임 이승주(경남 웅산고 인성부장). 아이들보다 먼저 눈물 흘리는 눈물의 여왕 진로 프로젝트 담당 장수주(서울 광운전자공고 과학교사).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준 상담 교사 장연정(서울 면목고 상담교사).

"학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라며 아이들과 고민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서울대 사범대학 재학생 5명이 아이들의 멘토로 합류했다. 전교 1등으로 엘리트코스를 밟고 살아온 서울대 멘토들은 한 달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바람의 학교' 학생들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도 모였다. 바람의 학교 아이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에 멘토링과 프로듀싱을 한 윤도현. 2008년 최연소로 서울컬렉션에 데뷔한 디자이너 고태용은 바람의 학교 교복을 디자인 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조세현의 사람의 마음을 찍는 사진수업. 자유로운 거리의 예술가, 아티스트 범민의 그래피티 수업. 사회적 기업 재주도 좋아, 악기 제작자 루니, 가시리의 주민들까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아이들과 만났다. 

◇ '태풍' 같던 한 달의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교육'을 생각하다

오후 두시가 되어야 겨우 학교에 가고, 학교에 가도 종일 엎드려 잠만 자던 무기력한 아이들. 공부와는 오래전에 담을 쌓고 게임과 담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자유롭고 싶다고 외쳐대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바람의 학교'의 아이들은 한 달의 시간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대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멘토 5명. 그들 중 3명은 '바람의 학교' 이후 오랜 바람이었던 교사의 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달려왔던 서울대 멘토들의 생각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7년, 10년, 24년 경력의 공교육 선생님들도 매일 밤 한숨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선생님들의 마음엔 어떤 변화가 찾아 왔을까. 그리고 선생님들의 변화는 대한민국 학교와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바람의 학교'에서의 한 달은 16명의 아이들과 10명의 멘토와 선생님들, 그리고 50여명의 제작진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태풍 같은 날들이었다. 태풍이 휩쓸고 간 한 달의 시간. 상상과 바람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고, 앞으로 어떤 바람을 일으키게 될까.

◇ '상상 속의 학교를 현실로'

소설과 영화 속 상상에 불과했던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은 현대 과학기술과 만나 현실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하는 집단 지성의 소셜픽션(Social Fiction)도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만들어진 유럽연합, 사람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자 한 넬슨 만델라, 빈곤 문제를 해결해낸 그라민 은행 등이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상상 속의 학교를 현실로 만드는 '스쿨픽션(School Fiction)'도 가능하지 않을까. '바람의 학교' 제작팀은 학생과 교사들의 상상 속 스쿨픽션을 현실로 만드는데 도전했다. 1년의 기획 끝에 만든 꿈의 학교. 그곳에서 모든 상황은 100% 논픽션. 26명의 출연자와 50여명의 제작진이 함께 도전한 국내최초 29박 30일 리얼리티. 통제 불능의 아이들과 학생들을 포기 않는 선생님 하루도 바람 잘날 없던 '바람의 학교'. 무모한 스쿨픽션 프로젝트는 성공 할 수 있을까.

'바람의 학교'는 학교에 부적응하는 대한민국 절반의 무기력한 청소년들의 삶과 고민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그 들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 사회와 교육제도가 무었을 더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했던 무모한 스쿨픽션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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