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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바' '빼꼼' '넛잡' 토종 캐릭터들의 중국 진출 전략

[취재파일] '라바' '빼꼼' '넛잡' 토종 캐릭터들의 중국 진출 전략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만든 토종 캐릭터들에 대해 중국 업체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판권을 달라", "캐릭터 전체를 넘겨라", "아예 회사를 사겠다" 등 요구 조건과 내용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애니메이션.캐릭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캐릭터 시장 규모는 연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가정에 한 자녀만 허용하던 중국 정부가 올해 두 자녀 정책을 시작하면서 난리가 난 겁니다. 한국 캐릭터 하나만 중국에 가져가 성공을 하면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던 우리 업체들에게 갑자기 중국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업체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중국 자본의 공세가 너무 거세 올바른 중국 진출 전략을 세우기가 더욱 어려워진 겁니다. 최근 주목 받는 업체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캐릭터는 바로 '라바'입니다. 지난 2011년 탄생한 라바는 두 애벌레의 코믹한 이야기로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중국 사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라바'의 짝퉁 상품들이 중국에서 제조 판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라바 제작사인 '투바앤'이 최근 중국 업체와 현지 진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때 라바 캐릭터 전체가 중국에 넘어간다는 루머까지 돌아 업체의 관심이 집중됐죠. 하지만, 투바앤 김광용 대표는 "캐릭터 전체를 넘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받았습니다. 토종 캐릭터의 자존심도 지키고, 아직 한창 성장하고 있는 라바 캐릭터를 헐값에 넘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라이선싱 엑스포'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참가 비용이 2억원 정도인데,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엔 중국 상하이 TV페스티벌에서도 최우수 애니메이션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적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진출이 쉽지는 않다는 점도 솔직히 밝혔습니다. 직접 중국에 지사를 내고, 애니메이션의 유통,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의 제조, 그리고 이들 상품의 판매까지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투바앤이 훌륭한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 대표는 회사 매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바의 중국 진출 형태는 내년 초에나 결정될 전망입니다. 라바가 중국에서 더 큰 대박을 터트리길 기원합니다.
 반면, 중국에 지적 재산권 전체가 판매된 "빼꼼"의 경우는 다소 안타깝습니다. 빼꼼은 2007년 처음 TV방송을 시작해 역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대형 장난감업체 알파그룹에 매각됐죠. 매각대금은 700만 달러(82억원) 입니다. 국내 제작사인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김강덕 대표는 "그 정도 가격이면 적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 내 사업권과 빼꼼의 극장판 제작권 등은 그대로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G 측은 또 빼꼼에 대한 추가 기획과 제작이 이뤄질 때 기술료 등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의 권리는 알파 측에 넘어갔습니다. 헐값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빼꼼이 지금도 중국에서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좀 더 높은 몸값을 받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공동제작사인 EBS방송국과 스페인 업체 사이에서 마음 고생이 많았습니다. 빼꼼 캐릭터의 향후 개발전략과 관련해 두 파트너 사이에서 이견이 벌어지면서 빼꼼의 사업 확장이 어려웠던 겁니다. 김 대표는 중국 알파그룹을 통해 빼꼼 캐릭터를 중국에서 다시 띄우고, 그것으로 다시 한국 내 빼꼼 캐릭터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넛잡'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지난해 1월 미국 전역 430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 넛잡은 전세계에서 우리돈 12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넛잡의 국내 제작사인 '레드로버'는 넛잡2 등 추가로 여러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업체였는데, 지난 6월 중국 대형 가전유통업체인 '쑤닝유니버설 그룹'에 인수됐습니다. '중국 사업권 협상'이나 '캐릭터 매각'이 아니라 아예 회사 전체를 매각한 겁니다.

  레드로버의 김한철 부사장은 "이미 콘텐츠는 국경을 넘어선 산업이고, 이 또한 가장 효과적인 중국 진출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개발에 노하우를 한국 업체가 갖고 있는 만큼 매각 상황과 상관없이 우리가 사업의 키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매각 금액과 별개로 쑤닝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 합작사도 설립중입니다. 이 합작사가 서울 본사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사들보다 한 발짝 더 앞서나간 회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마스크 마스터즈'를 제작한 '더블유 바바'와 '로보카 폴리를 제작한 로이비쥬얼 등은 중국 CCTV 산하 'CCTV14 키즈채널'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1억명 이상의 어린이 시청자를 갖고 있는 CCTV14에 진출하면 중국 내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아지면서 이후 상품화 사업도 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뽀로로의 경우 중국 내 극장판 개봉과 테마파크 운영 등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간 상태입니다.

 중국 진출 전략들이 이처럼 다양한 이유는 역시 중국 내 사업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상품화) 사업을 전개하려면, 중국 장난감 및 캐릭터 상품 제조업체를 잡아야 하고, 또 만들어진 상품을 중국 전역에서 팔아줄 수 있는 유통채널도 확보해야 합니다. 콘텐츠 방영-상품 제조업체 확보-상품 유통채널 확보, 여기에 모조품 단속이나 현지 프로모션 업체 등까지 관리하는 일은 한국 애니메이션업체들에게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우리 캐릭터들의 중국 진출은 초기단계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캐릭터를 달라" "회사를 넘겨라"는 식의 중국 자본들의 싹쓸이 공세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우리 토종 캐릭터들이 모두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가며 중국에 무사히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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