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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백화점의 '호갱님'




(호구 + 고객님 = 호갱님)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 ‘호갱님’.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호갱님’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백화점에서 말이죠.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은 보통 정해져 있죠. 백화점에서 물건값 흥정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백화점 세일 기간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도 평소에 가격을 흥정하거나 깎기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평소에도 잘 흥정하고, 까다롭게 굴면 세일 때보다 더 깎아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특히 의류나 구두가 그렇습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구두 매장입니다. 가격을 묻자, 점원이 갑자기 10%를 깎아주겠다며 사라고 권유합니다.

[백화점 A구두매장 직원] 
Q. 이게 23만 원인가요? 
A. 제가 제 직원 권한으로 10% 정도 (할인)해드릴 수 있어요. 저희가 지금 세일이 아닌데 지점들마다 이렇게 나오는 게 있어서.

조금 뒤 같은 매장에 다른 취재진이 가봤습니다. 구매를 망설이는 듯하자, 더 높은 할인 폭을 제안합니다.

[백화점 A구두매장 직원] 
지금 (할인행사가) 없는데 제가 좀 해 드릴게요. (얼마 정도요?) 20% 정도요 

다른 구두 매장은 한 술 더 뜹니다. 

[백화점 B구두매장 직원] 
전 품목 20% 세일하면 22만 원 정도 하는데, 제가 깔끔하게 직원가 넣어서 30%, 10만 원대 가격으로 맞춰서 해 드려요.

단지 구매를 망설이기만 했을 뿐인데, 정가에서 10%, 20% 그리고 30%까지 깎아주겠다는 제안이 오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구두가 마음에 들어서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요?

결과적으로 다른 고객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같은 물건을 사는 '호갱님'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의류 매장은 어떨까요?

매장 직원은 아예 평소에 사는 게 세일 때보다 더 싸다고 강조합니다.

[백화점 남성복 매장 직원] 
백화점 정기세일 때도 저희는 10%만 할인했고요. 지금 같은 경우는 세일 기간이 아니지만 특별히 20% 정도….

결국, 의류 매장에서도 제값을 내는 고객은 말 그대로 ‘호갱님’이 되는 셈입니다. 백화점 측은 판촉을 위해 스스로 값을 내리는 입점업체들을 감독하기 쉽지 않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마다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면 책정된 ‘정가’가 정말 올바른 가격인지 의문이 듭니다. 물건 사러 갔다가 '호갱님'이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불쾌한 것이니까요.

취재: SBS 손승욱 기자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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