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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이 가져온 쭉정이 벼 어쩌나"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부석면의 한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자 원예작물이나 밭작물은 안보이고 대신 벼 가마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서산과 태안 사이에 있는 천수만 간척지 B지구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처분하지 못한 벼를 쌓아 놓은 것이다.

바싹 마른 벼를 만져보니 쉽게 짓이겨졌고, 알맹이는 일반 벼의 절반 크기에 불과했다.

벼가 마르면서 이삭이 패지 않아 제대로 영글지 않은 것이다.

가뭄이 불러온 '염해'(鹽害) 때문이다.

논은 물이 있어야 하는데, 가뭄으로 논이 마르다보니 땅의 염분 농도가 높아져 생긴 현상이다.

한 농민은 "벼가 민물을 먹어야 하는데 짠물을 먹으니, 제대로 자라지 않고 쌀도 영글지 않았다"며 "정부 수매는 물론 정미소에서 미질이 나쁘다고 도정도 해주지 않아 이렇게 쌓아 놓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충남지역 간척지에서 염해가 발생한 곳은 서산·태안·당진·서천·홍성 등 5개 시·군에 1천800여 농가, 6천㏊로 집계된다.

시·군별로는 태안과 서산이 각각 2천758㏊와 1천939㏊로 가장 많고, 당진(507㏊), 홍성(414㏊), 서천(360㏊) 등이다.

피해 벼는 5천t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벼들은 쭉정이가 많고, 도정을 해도 미질이 떨어져 정부의 공공비축미 수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매로 팔려고 해도 사가는 사람도 없다.

이처럼 염해를 입은 충남지역 간척지에서 생산된 쌀들이 술의 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피해 벼를 사들여 현미로 가공하면 주류협회가 인수하기로 했다.

농협이 매입할 잠정 가격은 40㎏에 2만5천∼3만원으로 일반 벼 수매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농협 충남본부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의 경우 정부가 수매해 조사료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염해 피해 농가를 위로하기 위해 피해 벼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벼를 처분할 수 있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가격이 일반 벼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 농민은 "최악의 가뭄으로 1년 동안 농사지은 결과물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농민으로서는 가격을 좀 더 올려주기만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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