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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원정도박' 장세주 모레 선고…법원 '재벌범죄' 면죄부 줄까? - ①

법원의 '재벌 양형 공식'

[취재파일] '원정도박' 장세주 모레 선고…법원 '재벌범죄' 면죄부 줄까? - ①
'유전무죄' '무전유죄'…지강헌이 1988년 서울 북가좌동에서 외친 한 마디입니다. 500만 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17년 동안 사회와 격리될 뻔했던 한 탈주범의 한마디는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행어로 남았습니다. 시민들이 아직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 1차 재벌 양형 공식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그리고 20년이 흘러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른바 '재벌 양형 공식'으로 불리던 형량이 탄생한 것입니다. 따가운 여론속에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민생사범은 구속시키고 재벌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형을 관행처럼 선고했던 법원의 '고무줄 양형 논란'을 손보겠다는 취집니다.

이후 법원은 한동안 '재벌범죄'에 자비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신호탄으로 최태원 SK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실형을 선고 받고 한동안 옥살이를 했습니다.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해 법원이 늘상 써왔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표현은 판결문에서 사라졌습니다. 

● 2차 재벌 양형 공식 '1심 실형…나중에 집행유예'

문화에 유행이 있듯 법원 판결도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법원 판결의 콘셉트는 '복고' 입니다. 이재현 CJ 회장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검찰이 법적용을 잘못했다고 파기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 회장 재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재현 회장도 파기환송심에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표현이 잘못됐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미 풀려나 있습니다. 신장이식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법원이 구속집행정지를 계속 허용해주고 있어 이 회장은 이미 2년 넘게 사회에 나와 있습니다. 최장 기록입니다. 그리고 '갑질논란'으로 지난해 말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땅콩회항'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재벌 양형 공식은 과거와 다소 바뀌긴 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1심부터 통큰 아량을 베풀었다면 최근에는 1심에서는 실형으로 엄중한 판결을 내립니다. 그리고 2심 또는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해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여론의 관심이 커졌을 때와 식을때 즈음 법원의 판결도 여전히 고무줄처럼 뒤바뀌고 있습니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판결의 취지를 언론과 여론이 모두 수긍하고 있는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 '원정도박 혐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실형 선고될까?

올해 '재벌범죄' 판결이 아직 더 남아 있습니다. 11월 19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있습니다. 장 회장의 혐의는 7개. 일단 재벌가라 횡령 배임 혐의로 적시된 액수가 큽니다. 가중처벌 사안입니다. 무엇보다 장 회장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끈 건 '원정도박' 혐의 때문입니다. 200억원 정도의 회삿돈을 빼돌려 도박빚을 갚았다는 혐의입니다.

장세주 회장 사건은 이미 지난 4월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검찰을 통해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말로 각색됐습니다. '원정도박' 혐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기존과 달리 영장이 기각된 것을 놓고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다른 도박 혐의자들과 장 회장이 다른 점은 '평민'과 '재벌'이라는 차이점 밖에 없다며 법원을 압박했습니다. 

검찰의 1차 전략은 일단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해 징역 8년을 구형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형량기준으로 볼 때 검찰의 구형량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재벌 판결은 언론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피고인이 재벌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재벌 범죄를 다루는 법원의 판결이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법원도 언론의 감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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