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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상을 공격한 파리 테러

[칼럼] 일상을 공격한 파리 테러
파리 테러는 한때 파리에서 생활했던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각종 서비스는 엉망이고, 모든 일에서 서류를 요구하고, 민원 처리는 질질 끌기만 했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더 많았던 파리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파리에서 3년을 지내면서 저는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주 35시간 노동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 휴가가 불가침의 권리로 인식되는 나라,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은퇴자들의 생활이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톨레랑스를 실천하는 나라, 프랑스는 여러 가지 모순과 고민을 안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인이 선호하는 나라입니다.

프랑스인 개인의 생활을 들여다 볼까요? 보통의 프랑스인들은 주말에 외식을 하고, 공연을 즐기고, 스포츠에 열광합니다. 프랑스인들은 특히 호기심이 많아서 외국의 문물, 음식을 일부러 찾아 체험하려고 한답니다. 외국 음식에도 거부감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우리와 차이나는 점은 각종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공연단의 공연에도 프랑스인들이 많이 옵니다. 우리 전통 공연은 그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텐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이번 테러의 표적이 바로 이런 일상이었다는 데에서 충격이 더 큽니다. 금요일 밤, 일주일의 일과를 마치고 느긋하게 외식을 즐기고, 공연을 보고, 축구장을 찾은 사람들이 테러의 희생자가 됐습니다. 이번 표적은 과연 어떻게 선정됐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겠지만 일단 외견상으로도 상당한 상징성을 갖습니다.
먼저 생 드니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파리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경기장을 보셨을 것입니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가는 1번 고속도로 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파리로 들어가다가 옆에 보이는 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은 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지단을 앞세운 프랑스가 결승에서 브라질을 3:0으로 이기면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품에 안은 바로 그 경기장입니다.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스포츠 2007 럭비월드컵의 결승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축구월드컵과 럭비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진 세계에서 유일한 경기장입니다. 그만큼 프랑스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경기장입니다.

이번 테러에서 가장 희생자가 많이 나온 바타클랑 극장, 1864년 설립돼 파리 대중문화의 전당으로 자리 잡은 곳입니다. 프랑스 르 몽드 지에 따르면 이 극장은 설립자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오래 전부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표적이 돼 왔습니다. 2009년에는 이스라엘 군을 위한 모금 행사를 개최하려다가 친 팔레스타인 단체들의 항의로 장소를 옮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IS가 SNS를 통해 바타클랑 극장을 ‘시오니스트들의 공연장’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2009년에도 팔레스타인의 자이쉬 알 이슬람이란 성전그룹이 이 극장에 대한 테러를 계획했다는 정보를 프랑스 정보기관이 입수하기도 했다고 르 피가로 지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식당들에도 공격이 가해졌습니다. 프티 캉보쥬, 라 벨 에퀴프, 카사 노스트라, 볼테르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캄보디아식, 이탈리아식, 프랑스식, 다양한 식당이 표적이 됐습니다. 희생자들은 금요일 밤 연인과 또는 가족과, 친구들과 식당 안에서 혹은 바깥에서 식사를 즐기다가 느닷없이 공격을 당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테러를 당하는 것이 얼마나 대중에게 공포를 불러 올 지 테러 기획자들은 정확히 계산했을 것입니다. 테러가 피해자 뿐 아니라 아무런 상관없는 대중에게 공포감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테러는 9.11 테러 이상으로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테러 기획자들은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세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사에서 조금씩 드러나듯이 멀리 시리아나 이라크에 있는 IS 세력이 돌발적으로 유럽으로 들어와 테러를 한 것이 아니고 유럽에 사는 이들과 연계돼 테러를 벌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문제는 이후 프랑스인들, 유럽인들, 나아가 세계인들의 인식 변화입니다. 당장 프랑스는 다음 달 16일 지방선거를 치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민을 혐오하는 극우파 국민전선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판에 이번 테러로 반 이슬람, 반 이민 정서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TNS 소프레스의 10월 조사를 보면 국민전선이 28%, 우파인 공화당이 27%, 집권 사회당은 21%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극우파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반 이민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습니다.

반 이슬람 정서가 확산되면 프랑스 내 사회 갈등이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이슬람 인구는 인구의 10% 선, 최대 6백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유럽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유태인도 최대 60만 명으로 추산되는 데, 역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입니다.

이런 수치는 프랑스 사회가 그동안 그만큼 관용적인 사회였다는 반증입니다. 톨레랑스라고 표현하는 이런 관용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오랫동안 난민들의 피신처였습니다. 파리를 세계의 수도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단순히 외양이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문화와 관용, 이런 정신적 바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테러가 걱정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이슬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동족을 난민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그 난민들이 갈 길마저 막고 있습니다.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같은 위기감을 가지면 유럽은 필경 폐쇄적인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프랑스라는 ‘마지막 피난처’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됩니다.

테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PRAY FOR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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