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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계 드러낸 IS 공습, 프랑스가 가세한다고 달라질까?

[월드리포트] 한계 드러낸 IS 공습, 프랑스가 가세한다고 달라질까?
프랑스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의 거점인 시리아 락까에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에 대한 응징입니다. 라팔과 미라주 전투기 10대를 동원해 20차례 폭격을 가했습니다. IS의 사령부와 신병 훈련소, 무기 창고를 타격했다고 프랑스는 밝혔습니다.

샤를 드골 항공모함 전단을 곧 걸프 해역에 파견할 예정이라 프랑스의 공습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리아에서 프랑스의 역할이 주로 정찰과 표적 파악에 집중됐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공습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국 언론도 ‘IS의 심장을 폭격했다’ ‘며 프랑스의 공습 단행소식을 주요뉴스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가 화났다…IS 격퇴전이 달라질까?

언뜻 보기엔 프랑스가 IS에 선전포고를 한 듯한 양상인데, 그렇다면 프랑스 공습으로 IS는 얼마나 위축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선 프랑스가 폭격한 시리아로 지역을 한정해서 생각해보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2천 680회에 걸쳐 시리아의 IS를 공습했습니다.

그 가운데 2천 540회가 미군의 출격이었습니다. 1년 2개월간 미군이 오로지 시리아 공습의 95%를 혼자 도맡았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나홀로 공습’인 셈입니다. 국제동맹군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요르단 같은 걸프 왕정국가들이 포함됐지만 최근 사우디가 예멘에 힘을 쏟으면서 미국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 된 겁니다.
서방에서 시리아 공습에 참가한 나라는 프랑스가 유일합니다.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등 서방국가들은 한결같이 이라크에서만 IS 공습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정부의 군사개입 요청이 있었지만 시리아에선 없다는 게 이유죠. 내 멋대로 시리아의 IS를 공습하는 건 국제법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리아만 놓고 본다면 프랑스의 공습이 IS 격퇴에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전체적인 틀을 놓고 본다면 효과는 눈에 뛸 정도로 큰 변화를 주긴 어려울 거란 예상입니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이고요.

● 공습이 가진 한계 ‘깜깜이 폭격’

그럼, IS에 폭격을 도맡고 있는 미국의 성적은 어떨까요? 미 공군 사령부가 지난 6월 IS공습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IS격퇴전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의 소모전인 극명한 통계가 나왔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 폭격기는 7천 3백여 차례에 걸쳐 IS 격퇴를 위해 출격했습니다. 그 가운데 폭탄을 목표물에 투하한 경우는 1천 8백여 차례로 겨우 25%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75%는 출격했다 그냥 빈손으로 귀환했다는 겁니다.

IS가 주민의 거주지로 숨어들면 근거지를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목표물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지상군의 도움 없이는 한쪽 눈을 감고 폭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전직 사령관의 말처럼 그야말로 ‘깜깜이’ 출격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공습만 하는 작전이 얼마나 소모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입니다.

● 국제사회의 고민

미국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강경파나 보수파에선 지상군 투입 또는 그에 준하는 강력한 군사력 동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도 최근 50명의 특수부대를 시리아에 투입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일으킨 이라크전과 같은 수렁에 다시 빠져들 수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시리아에서 가장 폭격을 활발히 하고 있는 러시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하루 90여차례로 폭격강도를 늘리고 있지만 지상군 투입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습니다.

1980년대 구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얻은 뼈아픈 교훈 때문이겠죠. IS 격퇴를 위해선 공습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상군은 보낼 수 없는, 세계 정치의 양강구도를 형성한 두 강대국의 현주소입니다.

IS와 전쟁이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가간 전쟁은 자신의 주권.영토 수호라는 분명한 목적을 어느 정도 이루면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IS는 이슬람식 종말론에 입각해 오로지 이교도와 성전을 통해 천국으로 가는 길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광신도 집단입니다.

이들과 전쟁에 휴전은 없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건 자기의 영토가 아니라 전세계의 이슬람화를 위한 성전일 뿐입니다. 지상전까지 확대할 경우 자칫 IS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는 “IS가 러시아도 도발하고, 프랑스에서도 테러하고 미국과도 싸우는 게 굉장히 무모해 보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강대국과 싸우는 모습을 세계에 알리면서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박탈감을 가진 잠재적 극단주의들을 오히려 더 포섭하고 끌어 모으는 시도로 보인다.”고 IS의 도발적인 대형 테러 행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 열쇠는 시리아에

결국 IS 격퇴전의 지상작전은 시리아가 해야 할 문젭니다. 그런데 참 시리아 세력구도가 너무 복잡합니다. IS와는 시리아 정부와 반군, 쿠르드족이 맞서 싸우고 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쉽게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자기 영토 수성에 전전긍긍하는 상태고, 반군도 정부군과 IS와 협공에 시달리는 와중에 러시아의 공습까지 당하면서 위축된 상탭니다. IS 격퇴에 가장 적극적인 건 쿠르드족이지만 이들의 당면 목표는 ‘독립 국가’를 세울 영토 확보라 사실 시리아가 붕괴되느냐 마느냐는 관심 밖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쓴 월드리포트. 알고 보는 시리아 내전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월드리포트] 알고 보는 시리아 내전 ② - 러시아는 독인가? 약인가?
▶ [월드리포트] 알고 보는 시리아 내전 ① - 석양의 무법자와 시리아

이라크군은 ‘오합지졸’에 ‘당나라 군’이라는 온갖 비아냥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의 지시대로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반군 양성에 이미 쓰라린 실패를 맛본 미국으로선 시리아의 지상작전을 수행해줄 대상을 찾기가 참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 모처럼 손을 맞잡은 미·러

그런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터키 안탈리아에서 이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시리아 공습의 양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모처럼 손을 맞잡았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단 시리아에서 IS 격퇴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세력을 한데로 규합하는 게 우선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습니다.

이른바 ‘정치적 해법’입니다. 내년 1월까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세력을 유엔의 중재아래 휴전을 시킨 뒤 협상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겁니다. 그런 뒤 6개월 안에 새 헌법을 제정할 공정하고 깨끗한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18개월 안에 국민 선거를 통해 새 정부와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루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17개국 외무장관이 모여서 합의한 내용을 승인한 건데,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결정이 정식 회담도 아니고 회의장 로비 한 켠의 소파에 마주 앉아 성사됐다는 게 좀 아이러니 하긴 합니다.

어쨌든 이런 시나리오대로만 된다면 시리아 사태는 내전 단계에서 진정한 IS격퇴전쟁으로 진일보할 수 있을 겁니다.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시리아 정부에 절대지존으로 받들어지는 러시아가 손을 맞잡았으니 일단 기대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땅을 원하는 쿠르드족이나 현 독재정권 붕괴가 목적인 반군이 새 정부 구성을 반대할 이유는 뚜렷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40년 째 부자세습 독재를 휘두르고 있는 ‘바사르 알 아사드’의 마음입니다.

시리아 정부가 요청한 적이 없는 미국과 국제동맹군의 군사개입은 국제법 위반이고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면서 시리아의 문제는 시리아인이 하도록 놔두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아사드가 순순히 정치적 중재안을 받아들일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러시아가 어떻게 설득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 러시아 입장에선 아사드가 선거를 통해 권좌를 유지해도 그만이고 아사드가 아니더라도 친러 정부가 들어서면 그만입니다. 아사드가 축출되는 게 최우선 과제인 미국으로선 러시아에게 이 부분을 약속하는 모종의 제안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미국과 러시아의 생각대로 정말 술술 흘러가도 적어도 1년 6개월이 지나야 시리아는 하나가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리아 내전의 고통은 긴 수난의 여정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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