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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훙이 빙속여제 꺾었다" 중국 흥분

[취재파일] "장훙이 빙속여제 꺾었다" 중국 흥분
동계올림픽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빙속 여제’ 이상화의 500m 아성을 위협할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이번 시즌 들어 급성장세를 보인 중국의 간판 스프린터 장훙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어제(16일) 끝난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따냈습니다. 쉽게 말해 1승1패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일제히 “장훙이 세계 최강 이상화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흥분하며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1차 레이스에서는 이상화가 36초96으로 장훙을 0.22초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 때 이상화는 자신이 선호하는 아웃코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2차 레이스에서는 장훙이 올 시즌 최고 기록이자 자신의 최고 기록인 36초94로 이상화를 0.05초차로 따돌리고 우승했습니다. 2차 레이스에서는 이상화가 인코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경기 내용을 분석하면 100m까지의 랩타임에서는 이상화가 장훙을 월등히 앞섭니다.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10초29, 2차 레이스에서는 10초32로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가장 빨랐습니다. 반면 장훙은 1차에서는 10초77로 17위, 2차에서는 10초76으로 15위에 머물렀습니다. 2차 레이스만 놓고 보면 이상화가 100m까지 0.44초나 앞섰지만 이후 장훙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해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즉 100m 이후 400m 기록에서는 장훙이 26초17로 이상화보다 0.49초나 빨랐습니다.  

장훙은 2010-2011 시즌부터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인 선수입니다.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1,0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중국 빙속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소치 올림픽 이전 장훙의 세계랭킹은 21위로 팀 동료인 왕베이싱(9위)보다 훨씬 뒤졌습니다. 그런데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아시아인 최초의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 언론에서는 “장훙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00m와 주종목인 1,000m 2관왕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현재 취약 종목인 500m 기록 단축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초라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가 38초07로 우승할 때 장훙은 39초05로 13위에 머물렀습니다.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가 37초92로 금메달을 딸 때 장훙은 1초 이상 뒤진 39초19로 16위에 그쳤습니다.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도 이상화가 37초99로 1위, 장훙은 39초33으로 17위의 부진을 보였습니다.

여자 500m에서 1초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입니다. 엄청난 격차가 났기에 5년 이상 500m에서 최강으로 군림해온 이상화도 장훙이란 선수를 전혀 의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런 조짐을 어느 정도 예상한 거의 유일한 사람은 전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캐나다의 케빈 크로켓이었습니다. 지난 10월28일 월드컵 파견 국가대표선발전을 보기 위해 태릉국제스케이장을 방문한 크로켓은 “이상화의 라이벌을 굳이 꼽자면 중국 선수들이다. 그들의 최근 기록이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7살로 이상화보다 1살 많은 장훙은 키 174cm로 이상화보다 9cm가 큽니다. 스케이팅 기술, 코너워크, 순발력에서는 모두 이상화에 뒤지지만 100m 이후 가공할 가속도를 앞세워 ‘힘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상화는 이번 1차 대회에서 두 번 모두 36초대에 진입하며 지난 시즌 부진에서 벗어났습니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훙의 돌풍은 ‘빙속 여제’ 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동계올림픽에 6회 출전한 이규혁 SBS 해설위원은 "이번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가 한번 부정출발을 한 여파로 100m까지 기록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또 코너를 돌 때 급한 마음 때문인지 스텝이 조금 엉키며 속도를 잃었다. 이런 점 때문에 장훙에 간발의 차로 졌다. 이상화가 앞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한다. 이상화가 2013년 11월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36초36)에  근접하는 기록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화로서는 일단 100m 랩타임을 0.1-0.2초 정도 줄이고 이후 400m에서 속도를 더 단축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아성을 지키려는 이상화와 새로운 여제로 등극하려는 중국의 장훙, 두 선수는 오는 토요일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리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다시 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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