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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습니다..

엄마가 죽었습니다..
그 날도 스무 살 청년은 방에 누워있던 엄마한테 물병을 줬다고 합니다. 이 청년은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청년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수없이 강조한 말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청년은 도움을 요청하러 새벽녘 앞집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쓰러진 뒤 며칠이 지나자 집에서 썩은 냄새가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때 청년의 집 현관문은 다시 열렸습니다. 하루가 지나도록 문이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고픔에 지친 청년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쪽지를 현관문 구멍에 끼워 넣었습니다. 

"이 글을 보신 분은 이 집에 문을 열고 들어와 저를 구해주십시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고, 썩은 냄새를 참지 못한 이웃이 드디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경찰이 처음 목격한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침대 위에서 뼈가 튀어나와 죽어가고 있던 청년, 그리고 침대 끝 바닥에 얼굴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부패한 어머니의 시신. 청년이 살았던 집의 방 안은 악취로 가득했고, 냉장고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텅 비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집 안의 안타까운 사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자는 모자람이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사기를 당하면서 집안이 어려워졌고, 엄마가 정신 이상을 겪게 됐습니다. 이 청년 역시 집 안에서 갇혀 지내면서 말투도 어눌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는 상황에 이르게 됐습니다. 복지 지원 대상이었지만 엄마가 신청하지 않아서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갔고, 좀 산다는 친척들은 이들을 외면했습니다.  

‘11002’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들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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