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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즐기는 법…'배리어프리 영화'

장벽 허문 영화…만 원 기부로도 제작

[취재파일]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즐기는 법…'배리어프리 영화'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쉽게 찾는 곳, 영화관입니다. 하지만 영화관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영화관에 가서 표를 구매하기도 어렵지만, 표를 구매하더라도 영화 자체를 즐기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잘 보이지 않아 소리에만 의지해야하고, 잘 들리지 않아 화면에만 의지해야 하는데, 그것만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장벽을 없엔 영화라고 해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라고 불립니다. 혹시 영화관을 찾아가셨다가 제목 옆에 ‘배리어프리’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시다면, 네, 바로 그 영화입니다. (물론, 상영관 자체가 극히 적어서 보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화면 해설과 자막이 모두 들어갑니다. 시각 장애인으로서는 화면에 자막이 들어가더라도, 들어가지 않더라도 영화를 감상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아닙니다. 청각장애인으로서는 화면 설명이 오디오로 흘러나와도 흘러나오지 않아도, 영화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정보는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화면을 보면 이런 차이입니다. 영화 반짝 반짝 두근두근의 배리어프리버전입니다.
 

지난 달 22일 서울 강변 CGV에 배리어프리버전의 영화 ‘탐정’을 보러 온 김정희(청각장애 2급, 46세)씨는 기자에게 수화로 이런 얘기를 전해줬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영화를 보면서 듣고 보고 다 할 수 있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저희는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막이 주어진다면 영화를 이해하고 감동 받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정원자(시각장애 1급, 63세)씨도 영화 상영 일을 손꼽아 기다려 이날 극장을 찾았습니다. “매달 (정해진 상영 일에) 오는 편이예요. 하는 곳 마다 찾아다니는 편이죠. 비록 안 보여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요.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배리어프리 영화는) 해설을 잘 해주기 때문에요.” 

배리어프리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제작되고 있을까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정부 지원 사업과 민간 단체의 모금으로 인한 제작으로 나뉩니다. 두 방식을 통틀어 한 해 제작되는 편수는 대략 20편 정도로 추산됩니다. 정부 지원 방식은 한국농아인협회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작 편수는 배리어프리영화가 처음으로 제작된 2005년 이후 다소 줄었다가 다시 늘어난 상탭니다. 2013년에는 30개 상영관에서 15개 영화가 상영됐고, 지난해에는 36개 상영관에서 15개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이 숫자에는 민간 제작 편수는 제외돼 있지만, 민간 제작을 합치더라도 20개 영화 정도입니다.)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전체 개봉되는 편수에 비하면 미비한 실정입니다. 현실적으로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한달을 기다려 특정 상영관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또 정부 지원사업으로는 국내 영화를 위주로 제작하다보니 외화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더빙 영화가 줄어들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민간단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할까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라는 곳에서는 시민들에게 ‘만원 기부’를 받습니다. 금액이 만원인 이유는 왜 일까요? 쉽게 영화 표 한 장 가격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 만원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지만,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의 설명입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는데 편당 천만원 가량이 드는데, 천명이 후원을 하면 영화 한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부로 제작된 영화들이 <늑대아이> <엔딩노트> <위 캔 두댓!> <천국의 속삭임> 등입니다. 다만, 아직은 배리어프리 영화 기부가 널리 알려진 상황이 아니어서 전체 제작비의 3% 수준만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기업 후원 등에 기대야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렇게 예산이 모인 뒤에는 화면 해설이나 연출에 유명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들이 나서서 재능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제작됩니다. 
배우 정겨운 <제공 :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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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가 아무리 많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상영할 곳이 없다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일부 상영관에서 특정일, 특정 주간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CGV의 경우 매월 셋째 주에 전국 24개 극장에서 54회 차에 걸쳐 상영됩니다.

또 특정 단체에서 요청을 할 경우에는 ‘공동체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보이기도 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매달 4주째에 정기상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 한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전국 40곳에서 1-2번만 상영되는 데 그치고 있어서, 실제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국 농아인 협회측은 설명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쯤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정미영(시각장애 1급)씨는 “비장애인에게는 화면 해설이 거슬릴 수 있지만, 유아들이나 노인 분들은 화면해설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라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배리어프리영화를 상영하는 한 행사장에서는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 백발의 부부 등 비장애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계속 보고 듣다 보면, 또 다른 재미를 찾으실 수도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화면 해설에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낯익은 목소리를 낯선 방식으로 즐기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배리어프리 영화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습니다. 이번 달 19일부터 22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제 5회 배리어프리영화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만원 기부’ 후원문의 barrierfreefilm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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