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오늘 우리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치르는 날입니다. 그런데 올해 수능시험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학생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4월이죠.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단원고 학생들이 고3 수험생이 돼서 오늘 수능시험을 봅니다. 친구들 250명을 저 하늘로 떠나보낸 뒤에 이 학생들이 받았을 고통 정말 컸을 텐데요.
꿋꿋하게 잘 이겨내고 오늘 시험을 치르는 것 참 대견하기만 합니다. 세월호 상처를 딛고 수능시험장에 나가는 단원고 학생의 아버님 한 분 연결해서 이 시간 잠시 말씀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동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수능 시험 보는 날 학부모님들도 똑같이 떨리고 힘든 날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시험 보는 학생이 아드님인가요? 따님인가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딸이에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시간이 7시 30분 넘었는데 이미 집을 나섰겠죠?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집에서 가까워서 바로 나가는 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준비하고 있군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따님에게 오늘 아침 어떤 말씀 해주셨어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어제 유가족분들 몇몇 분이 연락을 주셔서 힘내라고 얘기를 했고 저는 뭐 많은 얘기 안 했어요. 어쨌든 몇 년 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다른 거 신경쓰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
▷ 한수진/사회자:
참 이렇게 시험을 보게 되는 것만 해도 너무 대견하고요. 그 힘든 시간을 얼마나 어렵게 이겨냈겠습니까.그런데 유가족분들이 그러니까 단원고 유가족분들이 전화를 주셨군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어제 같은 경우 분향소가 많이 힘들었어요. 부모님들께서. 4월 16일이라는 그 날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을 생각하고 있다가 수능이라는 생각을 못 하셨던 거죠. 아이들도 살아있었으면 같이 수능을 봤을 텐데.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들이 어제 많이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그러시겠죠.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그러면서 일부 부모님들께서는 어쨌든 자식 같은 마음이니까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고요. 그렇게 말하기가 힘들텐데.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런데 그렇게 또 따님에게 따뜻한 격려를 주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사실 오늘 아침 선생님, 정말 만감이 교차하실 것 같아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거의 6개월 동안 오면서 이 아이들이 단원고 지난 3학년 아이들이죠. 졸업한 학생들. 그 아이들도 제대로 수능을 치르지 못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그랬겠죠.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거기다가 그 선배들보다 더 적은 아이들이 수능을 보다 보니까 아직 단원고라는 상처가 너무 크고요. 아이들이 밤새 잠을 안 잤을 것 같아요, 보니까. 잠을 안 잔 것 같던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고.
▷ 한수진/사회자: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1년 선배가 되는 거죠. 그 선배들도 지난해 수능시험 볼 때 참 힘겨워했는데 그렇죠. 정작 당사자들인 우리 학생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젯밤 아마 잠을 못 이룬 것 같다는 말씀이시죠.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지금 70여 명의 생존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건가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제가 알기로는 현재 대부분이 수능을 본다고 하는데 들리는 얘기로는 갑자기 아침부터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시험 안 보겠다는 학생이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어제 갑자기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그런 친구가 생겼고
▷ 한수진/사회자:
시험을 못 보겠다.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에게 굉장히 힘들었던 게 SNS상의 대학특례에 대한 문제 정원외 입학에 대한 문제인데요.아이들은 공부를 못 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실제적으로 그랬겠죠. 현실적으로.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제대로 수업도 안 됐고. 저희가 대학 특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지만 정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순간부터 많이 시달렸죠. 심지어 모 대학의 학내 게시판에까지 아이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기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대학에 신청하게 됐고요, 수시를.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요? 특례 문제 때문에 부담이 있어서 오히려 더 낮춰서 지원하는 친구도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지원을 안 한 학생도 있고요, 수시를.
▷ 한수진/사회자:
사실 가족 측에서 먼저 요구를 한 것도 아닌데 모양새가 그렇게 돼다 보니까 학부모님들도 학생들도 상당히 부담을 많이 가졌군요. 그 문제에 대해서?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그렇죠. 실제로는 아이들이 2014년 4월 16일 날 올라와서 학교 등교하기까지 6월 25일 날 첫 등교를 했으니까요. 6월 25일부터도 학교 학생들이 그쪽 거기 선생님들도 새로운 분들이 오시고 거기 선생님들도 많이 트라우마를 겪으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죠.
▷ 한수진/사회자: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많으니까 반 편성도 줄여서 공부를 했다면서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한 반에 두 개 학급 반을 운영해서 총 4개 반, 8개 반으로 편성이 됐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얼마나 힘드셨을 거고 학생들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선생님들도 많이 힘드셨죠. 희생당하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얘들이 어렵게 탈출해서 살았잖아요. 그러니까 어디를 뒤돌아 볼 겨를도 없었고요. 솔직히 자식 잃고 온 삶을 잃으신 분들한테 아이들 수능 시험 본다는 얘기하기도 상당히 미안하고요. 그럼에도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많이 지켜봐 주신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힘든 상황 속에서 그런데 아이들이 또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상당히 노력한 것 같더라고요. 보도를 보니까 어떤 학생은 희생된 친구들 명찰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그런 학생들도 있었다면서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어제도 많이 언론에서 전화가 왔는데 솔직히 어제 울기만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저희가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병원에 치료 지원에 관련한 것도 정부가 치료 지원 약속을 했지만 그 과정과 치료를 받게 되는 거쳐야 할 게 상당히 힘들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습니까?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거기다가 지난 6월 심의위원회를 거치고부터는 자비로 아이들이 내고 있고
▷ 한수진/사회자:
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관계부처가 부처들 간에 논의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그런 게 있고 지금 지난 언론에도 나왔지만 아이들이 정말 똑같은 증상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 한수진/사회자:
어떤 증상이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그런 걸 이겨내지 못하다 보니까 극단적인 행동을 한 학생도 있었죠.
▷ 한수진/사회자:
학생들이 사고 트라우마로 극단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었다는 말씀이시죠?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얼마나 힘들었을지. 따님도 당연히 많이 힘들어 했죠?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원래 활발한 아이인데 지금 우리나라가 이런 사고에 있어서 의료 시스템이나 이런 게 많이 답답한 게 특히 청소년 아이가 병원가는 걸 상당히 꺼려 하잖아요. 가서 또 같은 이야기 반복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이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해주면 좀 나은데 아프면서도 꾹 참고 있고 병원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지난6월 학교 복귀 이후에는 아이가 병원에를 잘 안 가요
▷ 한수진/사회자:
왜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근래 들어서 한두 번 갔었나. 병원 가기가 싫다고 하니까.
▷ 한수진/사회자:
치료 과정에서 활발했던 아이가 말수도 급격히 줄었고 그리고 병원 가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치료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그런 말씀이세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아이가 안산 고대병원 다니고 있는데 예전에는 고대병원에서 예약 날짜에 가면 치료 지원이 됐고 치료비 지원도 됐는데 지금은 고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치료비 지원이 안 되고 있고 온마음센터라는 트라우마 센터를 가서 연계성이 있는 학생들에 한해서만 치료 지원이 이뤄지고 이런 형태로 많이 복잡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문제도 있고 말이죠. 어쨌든 따님은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어하는 상태고 학교 가는 것도 당연히 힘들어 했을 것 같고요. 사고 겪고 나서 미래 희망이나 전공을 바꾼 학생도 많다면서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아이들이 상당히 저희 딸도 요리사가 꿈이었던 아이인데 이런 응급구조 이런 쪽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응급구조 쪽으로?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요리사가 꿈이었는데요?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그래서 체력도 좀 자기가 키우겠다 라고 이야기하고. 이 아이가 매달려 있다가 나온 아이이기 때문에 당시 힘들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팔에 힘도 많이 빠지고..
▷ 한수진/사회자:
참혹한...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체력도 키우겠다고 하면서 그런 이야기 하더라고요. 많이 안 물어봤어요. 아이가 힘들어할 것 같아서. 또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괜히 떠오르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런 상황에서 돕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 그래서 꿈도 바뀌었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어떤 학생은 학생들 위해서 사고 때 기꺼이 희생을 한 선생님 생각하면서 국어 교사가 되겠다고 한 학생도 있다는 보도도 봤습니다.
참 어쨌든 학생들이 이렇게 어려웠는데 이렇게 이겨내고 오늘 시험에 임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나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버님 저희들도 시험 잘 보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저희가 시험 날 아침이라 길게 인터뷰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친구들이 있고 아이들과 같이 시험을 봤으면 하는 걸 아이들이 다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게 안 이뤄지고 이 아이들만 시험 보는 게 안타깝고요. 시험 잘 보고 아이들이 잊지 못 하잖아요. 그렇지만 건강하게 잘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생존 수능생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단원고 고3 수험생의 아버님 장동원 씨와 말씀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