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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진퇴양난…'탈법허브' 막으니 '대마초' 극성

초등학교 6학년 "대마초 피웠다"에 日 발칵

[월드리포트] 日 진퇴양난…'탈법허브' 막으니 '대마초' 극성
▲ 이케부쿠로 사고 직후 운전자 모습…사고 충격이 아닌 탈법허브에 취해 정신줄을 놓은 상황

지난해 6월,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자동차가 인도로 뛰어들면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환각약물인 '탈법 허브'에 취한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였습니다. 사고 직후까지도 운전자는 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일본 사회 최대 골치거리 중 하나였던 '탈법 허브'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일본에서 흔히 '위험 약물'로 불리는 '탈법 허브' 때문에 각종 인명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약에 취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케부쿠로 사고 이후 일본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탈법 허브' 판매점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전국 200개에 이르던 판매점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숨어들자, 관련 법규를 강화해서 판매책을 잡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성분을 조금씩 바꿔서 단속을 피해가는 숨바꼭질이 여전하지만, '탈법 허브'의 광풍이 꺾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엉뚱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풍선효과입니다.

탈법 허브 단속을 강화하니까 대마초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환각 약물을 찾는 사람들이 탈법 허브 대체재로 '대마초'로 몰리는 겁니다. 대마초는 흔히 '게이트웨이 약물'로 불립니다. 처음 손대는 약물, 즉 대마초에 손을 대면 차츰 더 강력한 약물을 찾는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경찰로서는 진퇴양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최근 대마초의 심각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이번주 교토에서 발생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12살짜리 남학생이 "대마초를 여러차례 피웠다"고 고백해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고백을 들은 담임 교사가 학부모와 경찰에 연락하면서, 어제(11일)부터 일본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대마초 사건을 보도하는 NTV 화면, 자막은 "대마초가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 초등학교 6학년 대마초 사건을 보도하는 NTV 화면, 자막은 "대마초가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담임 교사는 지난달 중순 남학생의 흡연 습관 문제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느닷없이 "대마초도 여러 번 피웠다"는 고백이 나왔다고 합니다. 경찰은 문제의 학생을 상대로 대마초를 얻게된 경위와 흡입방법 같은 구체적인 상황 파악에 나섰고,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추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오늘(12일) 대마초 구입 경위가 밝혀졌는데, 17살짜리 고등학생 친형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이 형 방에서 대마초를 발견해 피워 본 겁니다. 이제 경찰 수사의 초점은 17살짜리 고등학생이 어떻게 대마초를 구했는지로 옮겨갔습니다.

산케이 신문에 소개된 42살 회사원의 사례는 탈법 허브 단속의 풍선효과를 더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오사카에 사는 42살 남성은 탈법 허브를 자주 흡입해 왔지만, 최근 경찰 단속으로 구할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약물 판매상이 지나가듯 건넨 말이 "탈법 허브는 없지만 대마초는 있는데…"였답니다. 결국 이 남성은 지난 8월 건조 대마초 0.4g을 소지한 혐의로 오사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 남성의 진술은 "과거 대마초를 했는데 효과가 비슷한 탈법 허브로 바꿨다가, 최근 탈법 허브 구하기가 어려워져 다시 대마초로 돌아왔다."였습니다. 수사 관계자도 "원래 대마초에서 탈법 허브로 갈아탄 사람이 많았다. 단속이 심해지고, 탈법 허브 위험성이 많이 알려지면서 다시 대마초로 돌아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대마초 적발건수는 5년 전 2,920건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761건으로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947건으로 지난해 추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사실 적발 건수는 단속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허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사회가 더 주목하는 것은 적발 건수의 증가보다, 젊은 층의 '대마초 흡연'이 크게 늘었다는 부분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0대가 25명에서 58명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20대는 101명에서 393명으로, 20대 이하가 전체의 48%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42%였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단속한 신종 환각약물 '시바가스', 산케이신문 자료
▲ 일본 후생노동성이 단속한 신종 환각약물 '시바가스', 산케이신문 자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향정신성 약물이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산화질소' 흔히 '웃음가스'로 불리는 약물입니다. 원래 의료용 마취제의 하나인데 환각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고 인터넷에서 팔 수도 없는 약물인데, 이걸 '시바가스(SIVAGUS)'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타이어 충전용 가스로 판매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타이어에 넣어야 할 가스를 환각약물로 악용하는 일이 빈발하는 겁니다. 시바가스를 '위험 약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마초에서 탈법허브로, 다시 대마초와 신종 시바가스의 등장까지. 끊이지 않는 환각약물과 예기치 못한 풍선효과에 일본이 골치를 앓고 있는데, 안 좋은 건 빨리 퍼지죠. 연간 500만 명이 오고가는 한일 관계를 생각해 볼 때,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 경찰도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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