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지식공간의 김재현 대표는 일본 고바야시 히로유키 준텐도대 교수의 책 '하루 세 줄, 마음정리법'를 접한 뒤 번역자 물색에 나섰다.
고민에 빠진 김 대표 눈에 우연히 들어온 것이 '욕 일기'를 쓴다고 밝힌 개그우먼 정선희(43)에 대한 기사였다.
정선희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시절 '욕 산행'을 한다는 청취자 사연을 접한 것을 계기로 '욕 일기'를 쓰면서 울화를 가라앉힌다고 했다.
정선희처럼 극한의 시간을 지나온 연예인도 흔치 않을 것이다.
2008년 우리 모두 아는 비극을 겪은 그는 이듬해 다시 TV에 등장했지만, 활동은 녹록지 않았다.
"(연예계에) 어떻게 복귀할지만 골몰했어요. 그 세계에서 얻은 소중한 것들이 모두 사라졌기에 그걸 되찾아야만 삶의 가치가 있다고 믿었죠. 또 저를 보는 많은 따가운 시선들이 있는 한,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도 생각했어요. 집집이 방문해서 '제가 그때는 말 못했는데 사실 이러이러하다'라고 구구절절 변명할 수도 없었어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만난 정선희는 "늘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가장 창피하고 부끄러운 속마음에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해하는 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책 출간을 기념해 북 콘서트를 열었다.
정선희는 올해 2월부터 '마음정리법'을 번역하면서 책 안내대로 세 줄 일기 쓰기도 시작했다.
'욕 일기'와는 다르다.
하루 중 가장 안 좋았던 일과 가장 좋았던 일, 그리고 내일의 목표 세 가지를 한 줄씩 적었다.
한창때는 8개나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정선희는 요즘 2주에 한 번씩 SBS TV '동물농장' 녹화를 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다.
딱히 내일의 목표라고 부를 것이 없어서 국민연금 내기, 고등어 한 마리 사기를 적곤 했다.
정선희는 "매일 번역과 일기 쓰기를 진행하면서 제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보였다"라면서 "제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남들의 오해도 풀고 싶고, 마음에 맺힌 억울함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문득 이렇게 번역 작업을 하는 나는 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사건이 발생하기 전과) 너무 똑같은 밥상을 원했던 거죠. 그러면서 '에라 모르겠다' 이러면서 느슨해지더라고요.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요." 타인 시선으로 자신을 재단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비단 정선희만은 아닐 것이다.
정선희는 "우리 모두 과연 자신에게 말을 거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라면서 "일기조차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 다른 사람에게 들킬 이야기를 쓰고 있지않으냐"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하는 나도, 찌그러진 모양의 나도 그냥 나이니 우리 모두 스스로(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정선희는 이날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댓글을 수기로 바꾸면 악성 댓글이 좀 줄어들 것 같다. 남 욕은 손으로 쓰다가 지치니까" "(글자가 잘 안 보인다며) 주름은 숨겨도 망막은 못 숨기겠다" 등의 발언에 관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정선희가 "사람들이 저더러 풍파에 비해서 피부가 좋다고 말하는데, 저는 선인장인가 봐요"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서 웃음기와 물기가 함께 묻어나기도 했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배우 추상미를 비롯한 다수 지인이 참석해 그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정선희 "아파도, 찌그러져도 자신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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