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위 계승 1순위인 찰스 왕세자(67) 부부가 10일 호주를 방문하면서 호주 정계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호주 여당 당수인 말콤 턴불 총리와 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 모두 강력한 공화제 옹호자다.
여야 대표 모두가 영국 왕이 국가원수인 입헌군주제에서 탈피, 주권국가로서 명실상부하게 민의를 대변할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지난 9월 취임한 턴불 총리는 1999년 공화제 도입 안건을 놓고 시행한 국민투표 당시 공화제 운동을 이끈 핵심인물이다.
턴불 총리는 33살의 젊은 시절에는 엘리자베스 2세 현 영국 여왕이 금세기 가장 위대한 영국여성이기는 하지만 호주의 여왕이 될 수는 없으며 찰스 왕세자도 호주의 왕이 될 수 없다고 영국 언론에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당의 쇼튼 대표는 10일 기자들에게 "호주가 세계에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할 시기"라고 주장하며 왕세자 부부의 방문을 자신의 공화제 주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았다.
쇼튼 대표는 외국 방문객의 호주 방문 때 호주 측은 상대 국가 원수를 위해 건배를 제의하지만, 상대는 영국 여왕을 위해 건배를 제안하는 현실은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쇼튼 대표는 특히 찰스 왕세자 도착 다음날인 11일이 호주 총독이 총리를 해임한 호주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 40주년이 되는 점을 강조하며 공화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1975년 존 커 당시 총독은 의회의 장기 교착상태를 이유로 노동당 소속 고프 휘틀럼 총리를 해임하고 야당인 자유당의 대표를 과도내각 총리에 임명, 호주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호주가 영국 연방이기는 하지만 영국 여왕을 대신한 총독이 실질적인 국가 원수인 총리를 해임한 이 사건은 호주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쇼튼 대표는 이 사건을 상기시키며 "호주 정치의 본질이 분명히 드러난 순간"이라며 총독이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정부를 해산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턴불 총리는 11일 오후 총독관저 행사에서 찰스 왕세자 부부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의 방문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쇼튼 대표는 정중하게 맞을 것이라면서도 공화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한편, 녹색당의 경우 호주를 공화제로 전환하기에 앞서 국기 변경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녹색당은 "국기는 호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국기 변경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할 예정인 이웃 뉴질랜드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야 대표의 태도와 달리 찰스 왕세자 부부가 뉴질랜드에 이어 이날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 도착하자 4천명이 몰려 뜨겁게 환영했다.
찰스 왕세자 부부의 호주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며, 찰스 왕세자 본인만으로는 15번째다.
(연합뉴스)
영국 찰스 왕세자 맞는 호주 정가 분위기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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