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수입맥주는 국산 맥주와 마찬가지로 제조일과 유통기한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네켄이 ‘데스페라도스’에 표기한 유통기한은 좀 황당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캔 색깔과 비슷하면서 조그만 스티커를 덧붙여 놓은 겁니다. 이 스티커에는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 제조일: 캔 밑면 표기>라고 돼 있지요.
지난 달 ‘데스페라도’를 샀던 박용준씨가 혼란스러웠던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박 씨는 “어떤 게 진짜 유통기한인지 몰라 판매처 점장에게 물어보니 그 사람도 별 다른 말을 못했다”며 “유통기한을 속인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하이네켄 한국지사를 찾아갔습니다. 경위를 물었습니다.
지사 담당자는 “네덜란드 공장에서 한국말로 캔에 인쇄하다 보니 착오가 있었다, 한국에 수입된 직후 이런 사실을 파악해 스티커 작업으로 바로잡은 것이다, 내용물(맥주)은 정상적인 제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현재까지 이런 스티커는 2015년 7월 15일과 8월 23일자에 생산된 맥주에 붙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유통기한을 잘못 인쇄했다고 제조사가 스티커 한 장 덧붙여 바로잡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그래서 담당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문의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하이네켄사는 전화로 주무 부서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긴 했더군요. 그러나 해당 부서는 유통기한을 바로 잡기 위해 스티커를 덧붙인다는 뜻이 아니라 원래 붙여왔던 다른 스티커를 수정해 붙인다는 뜻으로 이해해 ‘오케이’ 해줬다고 합니다.
보고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고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특히 식음료 유통기한에 관한 문제를 별도 공문조차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서로 양해했다는 게 저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스티커로 뒤바뀐 유통기한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6일부터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수입맥주 코너에서 ‘데스페라도스’를 철수시키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8일 결국 하이네켄사도 국내에 들여온 33만 캔에 대해서 전량 회수 조치하겠다고 밝혀왔네요.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두 달 동안 쉬쉬하며 유통시켜오다가 소비자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안 모양입니다.
박용준 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설사 생산 단계에서 캔에 유통기한을 잘못 인쇄했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맥주 회사에서 그걸 파기하지 않고 수출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 맥주를 수입한 우리나라도 이상하다”고 말이죠. 하이네켄사와 식약처에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