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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중상자 관리도 못하면서… 군 병원만 믿어라?

[취재파일]중상자 관리도 못하면서… 군 병원만 믿어라?
지난 9월 수류탄 폭발 사고로 오른쪽 손목을 잃은 훈련병에게 민간병원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방침을 놓고 반발이 거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갔다가 다친 사람인데, 그 사람이 어디에 가서 치료를 받든 국가가 치료비를 다 대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하지만, 감정을 가라앉히고 국방부가 내세우고 있는 규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국방부의 규정이 전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방부의 주장은 “군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상황인데도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면 그 치료비까지 다 대줄 수는 없다”는 것인데, 감기 몸살로 아픈 군인이 군 병원이 아니라 민간병원에 가겠다고 할 때 그 치료비까지 국민세금으로 다 대줘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국방부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만약, 모든 군인들이 민간병원에 가는 치료비까지 국가가 다 지원해야 한다면 예산도 대폭 확대해야 하지만 군 병원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 군 병원을 믿고 중상자 맡길 수 있나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지점은 군 병원의 신뢰성에 대한 부분이다. 감기 몸살 정도야 군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겠지만, 손목이 잘리고 온 몸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는데 군 병원을 전적으로 믿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씩 군 의료진의 부실한 대응으로 상태가 악화됐다는 환자들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군 병원이냐 민간병원이냐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사지가 절단되는 등의 중상을 당했는데 시골의 동네 병원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상의 정도가 심하면 사람들은 대개 대도시의 주요 병원을 가고 싶어한다. 시골의 동네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군 병원에 대한 믿음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중상자가 민간병원에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군 병원은 중상자에 대한 관리 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손목을 잃은 손지환 훈련병은 경북대병원에서 국군대구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민간병원으로 외래진료를 다녀야 했는데, 50분씩 차를 타고 가서 여러 진료과를 돌며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손 씨의 어머니는 말한다. 손목이 잘리고 온 몸에 파편이 박혀있는 환자가 매일같이 50분씩 차 타고 가서 병원 대기실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없던 병도 나고 말 것이다. 실제로 손 씨는 차에서 내리고 나면 배를 움켜쥐며 아파했다고 손 씨의 어머니는 말한다.

군은 또, 손 씨 모자에게 군 병원으로 옮기게 되면 심리치료와 임플란트 등 모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국군대구병원에 들어가니 “심리치료와 임플란트 같은 치료는 국군수도병원에서나 가능하다며 수도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는 것이 손 씨 어머니의 말이다. 대구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딸 하나와 같이 사는 손 씨 어머니에게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면 딸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더구나, 손 씨는 사고의 기억 때문에 군 병원에서는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연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 병원에 놔둘 수 있는가? 그런데도, 군 당국은 “군 병원에서 치료와 재활이 가능한 만큼 민간병원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상자의 개별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수류탄 손지환 훈련병
● 다양한 상황에 맞춰가야 하는 쪽은 부상자 가족이 아니라 군 당국

군 당국 입장에서는 “개별 사정 하나하나를 어떻게 다 고려하냐”고 항변하고 싶을 수도 있다. 물론, 세상에는 갖가지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 속에서 맞춰가야 하는 쪽은 부상자와 그 부모들이 아니라 군 당국이다. 우리가 군대에 가기 위해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가는 사람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모두에서 제기한 문제로 돌아가보자.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사람까지 민간병원 치료비를 지원할 것이냐는 문제다. 아마도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효율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 씨의 경우처럼 중상을 당한 환자들은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든 국가가 전액 지원해줘야 할 것 같다. 민간병원 치료비까지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중상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군 병원에서 중상자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데도 군 병원만 믿으라는 억지는 부리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손 씨처럼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역 이후의 대책도 어느 정도 마련해줘야 한다. 손 씨 어머니처럼 아들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한 직장도 못나가는 경우 보상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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