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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음악이 당신을 울릴 수 있다면…'

30대가 된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새 앨범

피아니스트 임동혁 씨의 새 앨범 발매에 맞춘 기자간담회가 이번 주 열렸습니다. 최근 조성진 씨가 우승을 하면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10년 전 친형 동민 씨와 함께 공동 3위를 하기도 한, 한국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임동혁 씨가 7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앨범의 이름은 ‘쇼팽: 전주곡집’. 이름처럼 쇼팽의 작품 28에 수록된 24개의 전주곡이 모두 담겼습니다. 이 밖에 쇼팽의 ‘화려한 변주곡 작품 12’와 ‘자장가 작품 57’, 그리고 피아니스트를 괴롭히는 난곡으로 알려진 ‘뱃노래 작품 60’이 함께 실렸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간담회에서 임동혁 씨는 쏟아지는 다양한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곱씹듯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디 리와 임동혁, 조성진, 이렇게 세 사람의 쇼팽 연주곡 앨범이 잇따라 발매되자 언론의 관심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는데, 그는 불편할 법한 몇몇 질문들에도 직설적이지만 공격적이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음악적 색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30대가 된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오늘’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10대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 대중의 시선 속에서 성장을 해온 이 젊은 연주자는 11년 만에 다시 들고 나온 쇼팽 앨범에 대해, 과거에 비해 보다 예민하면서도 단순한 음악이 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저는 곡을 ‘화려하게 쳐야 되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애절하게 표현을 할까, 어떻게 하면 진하게 표현을 할까’만 언제나 생각을 했죠. 제가 생각하는 쇼팽이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덜 건강해진’ 것 같기는 해요. 좀 더 깨질 것 같고, 좀 더 연약하고 그렇게… 전에 베토벤을 칠 때도 많이 느꼈던 건데 쇼팽을 치면서도 점점 ‘Sometimes less is more’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식으로 연주해석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음악적 변화를 낳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더 많은 아픔과 슬픔을 알게 됐다는,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그의 고백에서, 자신의 내면으로 더 깊숙이 침잠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의 고민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앳된 얼굴로 웃는 이 연주자에게서도 하나둘 흰머리가 보였습니다. 그의 40대와 50대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음악이 듣는 분들에게 한없이 슬프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슬플 때, 어떠한 것도 위안이 되지 않고 이 세상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제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더욱 더 슬프게 해서 울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람이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너무 많이 슬픈데 그래도 펑펑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고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나요? 제 음악이 그렇게, 누군가를 그렇게 울릴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큰 그런 거(의미)인 것 같아요.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가 자신의 슬픔을 담은 곡을 세상에 내며 듣는 이들을 울게 하고 그만큼의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으며, 음악을 듣기도 전에 벌써 작은 위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상한 일일까요?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그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쇼팽의 전주곡 가운데 몇 곡을 골라 짧은 연주를 들려줬습니다. 그 가운데 ‘무덤가’ 혹은 ‘숨막힘’이라고도 불리는 No. 4 in E minor: Largo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이 글에 덧붙입니다. 이 곡은 쇼팽이 무척 아꼈던 곡으로, 그의 장례식 때 연주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감상을 위한 연주회가 아니라, 언론 취재를 위한 간이 연주의 일부를 담은 것으로, 현장의 잡음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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