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러시아 여객기에 대한 사실과 추정

[월드리포트] 러시아 여객기에 대한 사실과 추정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5.11.04 09:51 수정 2015.11.04 09:58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러시아 여객기에 대한 사실과 추정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부 엘 하사나라는 지역에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224명이 탑승해 모두 숨졌습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격추시킨 것이냐, 기내에서 폭발로 인한 것이냐, 기체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이냐 추측이 난무합니다.

결과는 여객기에서 수거한 음성녹음장치와 블랙박스의 분석이 끝나야 드러날 전망입니다. 추락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해 당사자나 당사국은 책임 소재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IS까지 관련될 경우 중동과 주변국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은 달라 질 수 있습니다.

이번 참사의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과 이를 토대로 주장되는 추정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러시아 여객기 사고
● 불변의 사실

지난달 31일 이집트 현지시간 새벽 5시 51분에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여객기가 224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시나이반도 남동부의 샤름 엘 세이크 공항을 이륙합니다. 23분뒤 돌연 레이다에서 사라집니다. 당시 여객기는 1만미터 상공을 비행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5시간 뒤 이집트 당국은 러시아 여객기가 시나이반도 북부 엘 하사나에 추락했다고 발표합니다.

추락 직후 IS의 이집트 지부가 자신의 소행을 주장합니다. 220명이 넘는 러시아 십자군을 죽였다며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체불명의 항공기가 공중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 검은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는 흐릿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높은 고도에서 공중 분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체의 잔해가 길이 8킬로미터 폭 4킬로미터의 타원형 모양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동체는 두 동강 난 채 불에 탔고, 꼬리 부분은 동체서 8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숨진 승객들은 상당수가 좌석띠를 착용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여객기는 에어버스 A321로 18년된 항공깁니다. 2001년 카이로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에 꼬리가 부딪히는 ‘테일 스트라이크’를 겪었습니다. 여객기는 추락직전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SOS 신호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배경으로 사고 원인에 대한 갖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추정들이고 어떤 근거에서 제기되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IS ● IS “우리가 격추”

IS 주장대로라면 정말 큰 일입니다. 일단 IS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이제 하늘 길도 안심 할 수 없게 됩니다. 무엇보다 IS가 1만미터 상공의 비행기까지 격추시킬 능력을 갖췄다면 IS 격퇴전략은 물론 관련국의 치안이나 방어 체계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판입니다.

일단 전문가들은 IS가 ‘격추’시켰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1만미터 상공의 항공기를 판별할 정밀 탐지기나 이를 격추시킬 지대공 미사일이 없다는 겁니다. IS는 종종 어깨에 올리고 쏘는 휴대용 미사일로 저공 비행하는 헬기를 격추시킨 적은 있지만 그런 무기로는 수km 상공의 물체만 저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미 항공당국은 자국 여객기들에게 테러를 피하기 위해 8천m이상 고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IS가 그 이상 올라가는 미사일을 가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러시아 여객기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 ● 기체 결함

이집트 당국은 기체 결함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앞에 적은 대로 2001년 테일 스트라이크 건도 있으니, 기체 결함이어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테러에 의한 격추나 폭발로 추락한 것이라면 당장 이집트는 IS를 전혀 통제하지도 또 테러를 방지하지도 못하는 나라가 됩니다. 이럴 경우 정치적. 경제적 타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관광산업은 이집트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고, 러시아에서 매년 3백만 명이 이집트를 찾습니다. 이집트 관광산업의 최대 고객입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시니아반도는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격추나 폭발물 테러일 경우 이집트의 보안수준은 그야말로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합니다. 자칫 IS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여객기 안전 확보를 소홀히 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섣부른 판단을 경계한다”면서도 “어떤 비정상적인 증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은근히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로 몰고 가려는 분위깁니다.

사실 추락 당시 이집트 당국은 몇 가지 거짓말을 했습니다. 먼저 여객기가 통신이 두절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여객기가 추락하지 않고 터키 영공을 잘 날고 있다고 발표했다가 1시간 뒤에 말을 뒤집었습니다. 또한, 추락 발표 직후에도 조종사가 무선 통신기에 문제가 생겨 가까운 공항에 비상착륙을 원한다고 연락해왔다고 했다가 뒤늦게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 점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는 가운데 이집트 당국이 기체 결함으로 사고 원인을 몰고 가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쏠립니다.
러시아 여객기 사고로 숨진 아기 ● 외부 충격

반대로 사고 항공사인 코갈림아비아는 기체결함이나 조종사 과실일 경우 막대한 피해보상과 책임을 떠안아야 합니다. 코갈림아비아는 매년 적자에 허덕이면서 2개월째 직원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의 책임까지 안게 되면 파산이 뻔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일단 기체 균열에 대해선 지난 3월 정기 검사를 받아서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여객기가 시속 700km 이상 속도로 날다가 1분 만에 시속 300km로 뚝 떨어졌고, 고도도 1만m 에서 1,500m로 급강하 했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비행이 아니라 추락이었다는 겁니다. 만일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이면 일단 승객들이 산소마크스를 썼을 테고 이런 식으로 급강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승무원들이 비상 사태를 알릴 틈도 없이 업무 능력을 완전히 상실할 정도로 급격한 추락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비행을 할 수 없는 심각한 구조적 손상, 즉 외부의 영향이 이뤄졌다” 라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미사일이나 외부물체의 공격이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러시아의 한 항공 전문가는 “여객기가 엔진 고장으로 갑자기 추력이 떨어져 평형을 잃고 수직으로 회전급강하 하면서 두 조각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가정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어떤 문제로 엔진이 부서지면서 튀어나온 파편이 날개나 동체를 타격해 여객기가 공중에서 분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갑자기 속도를 잃고 고도가 급강하했다고 외부에서 충격을 받았다고만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 여객기 사고 희생자 추모 물결 ● 공중 폭발

공중에서 분해됐다고 하는 건 일단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IS의 격추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폭발이라면 엔진이나 연료통이 터진 것이냐? 아니면 기내에 실은 폭발물이 터진 것이냐? 에 대한 물음이 생깁니다.

오늘 ‘공중 폭발’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적외선 위성이 사고 발생 즈음 시나이 반도에서 열 방사를 감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정찰 위성 역시 같은 시각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섬광이나 폭발’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져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이 열감지가 연료탱크나 엔진이든 폭탄이든 항공기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로 여기고 있습니다. 대신 미사일 격추 가능성은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합니다. 미사일이 발사됐다면 미사일 동선이 열추적으로 나왔을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여객기는 이륙 20분 후 안전 고도인 1만m를 유지한 뒤 상공에서 무언가 내부 폭발로 인해 공중분해 되면서 추락했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기체 결함이나 폭발물 테러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카이로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박스를 일부를 해독할 결과 여객기가 레이더에 사라지기 4분 전까지 정상적 상황이었고, 기장은 관제센터와 통상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습니다. 

음성기록에서도 기내 비상상황이 갑자기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객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직전 정상적인 비행에선 나타날 수 없는 소리가 기록됐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뭔가 예측할 수 없는 폭발로 무게 중심이 실리는 분위깁니다.

만약 폭발물 테러로 결론이 날 경우 이집트나 러시아는 물론 IS 격퇴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는 나라들은 보안에 비상이 걸릴 겁니다. 큰 혼란이 우려됩니다. 어쩌면 IS가 공개한 영상이 정말 224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의 순간이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만 IS가 ‘shot down’ 이란 표현을 썼으니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킬 ‘폭발물 테러’는 아니길 바랍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무래도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야 합니다. 블랙박스에는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뿐 아니라 엔진상태와 연료의 흐름도 전자신호로 기록이 됩니다. 이 뿐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기체 잔해에 대한 분석 작업도 필요합니다. 발화의 위치나 원인, 발화의 진행 형태를 파악할 단서가 있을 겁니다. 블랙박스 분석에는 적어도 수 주일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이집트와 러시아 뿐 아니라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전문가들이 분석에 참여합니다. 기체 분석은 아직도 시신 수습도 다 안된 상태라 더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결국 미궁에 빠진 ‘공중분해’의 원인은 어쩌면 우리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쯤 나올 지 모릅니다.  

▶ 관련 뉴스 : 美 "열 방사 감지…러 여객기 내부 폭발 가능성"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