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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규정 몰라 매스스타트 무산, 한국 빙속 망신

[취재파일] 규정 몰라 매스스타트 무산, 한국 빙속 망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새로 채택된 남녀 매스스타트(Mass Start)가 선수들의 준비 소홀로 국내 경기 자체가 무산되는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입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0월 30일 저녁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제50회 전국 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녀 매스스타트 경기를 개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매스스타트 규정에 맞는 보호 장비를 갖춘 선수들이 최소 출전 인원인 8명에 이르지 못해 자동 취소됐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일선 지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녀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려던 인원은 각각 15-20명 정도였다. 그런데 보호 장비를 제대로 갖고 있는 선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데도 빙상연맹은 경기를 개최하려 했다. 그래서 일부 지도자들이 선수들이 다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빙상연맹이 한 발 물러서 보호 장비를 갖춘 선수가 몇 명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제빙상연맹(ISU) 규정에 맞는 보호 장비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8명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경기 자체가 모두 취소된 것이다.”     

매스스타트 무산 해프닝에 대해 대회를 주관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지도자 강습회를 통해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려면 헬멧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선수 보호를 위해 스케이트의 날을 깎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 내용이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경기 취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한 종목으로 여러 선수가 별도 레인 없이 한꺼번에 출발한 뒤 16바퀴를 달려 순위를 가리는 종목으로 지난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평창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이 지난 시즌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할 만큼 강세를 보이고 있어 평창에서 메달을 보탤 전략 종목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매스스타트는 쉽게 말해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 요소를 가미한 경기입니다.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박진감이 넘치지만 여러 선수들이 한데 엉켜서 레이스를 펼치다 보니 부상 위험이 매우 큰 종목입니다. 그래서 국제빙상연맹은 선수 보호 장비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고 이미 ‘통신문 1957’을 통해 이 사실을 각국 연맹에 통보했습니다.

매스스타트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헬멧, 무릎 보호대, 장갑, 목과 발목 보호대를 착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아래 사진처럼 스케이트 앞 뒷날을 반지름 1cm 크기로 둥그렇게 깎아내야 합니다. 다른 선수와 충돌시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만약 선수들이 이런 보호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출전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집니다.
매스스타트
매스스타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범 종목으로 열리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선수들이 미처 규정에 맞는 장비를 갖추지 못해 결국 어처구니없이 무산됐습니다. 이보다 이틀 전인 10월28일에는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가 여자 500m 2차 레이스 도중 인-아웃 코스를 구별하는 '암밴드'(Armband)를 고의로 빙판에 집어던져 실격당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충격적인 실격에 대해 이상화는 “흘러내린 암밴드를 던지면 실격되는 규정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습니다.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상화가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인 빙속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기본적인 규정에 관한 지식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규정에 관한 무지로 벌어진 최근 일련의 사태는 다른 나라에 알려질까 두려운 수준입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물론 선수와 지도자들의 뼈저린 반성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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