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주일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됐죠. 북한도 대체로 협조적으로 나와서 행사는 무사히 잘 끝났다는 게 일반적 평가인데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 대가로 과연 무엇을 얻어갔을까요? 안정식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이산가족 상봉은 가장 인도적인 문제이지만, 북한에게는 가장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거의 전 분야에서 우리에 뒤처지고 있는 북한이 우리와의 협상에서 제시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카드가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꾸준한 이산가족 상봉과 꼭 함께 따라다닌 건 대규모의 쌀과 비료 지원이습니다.
한 마디로, 이산가족 상봉이란 북한에게 있어 하나의 양보 카드라는 뜻인데요, 최근 상황을 보면 북한이 크게 두 가지 양보를 했습니다. 하나는 이산가족 상봉, 또 하나는 장거리로켓 발사 보류라는 조치를 했는데요, 그럼에도 얻은 것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꼽을 수 있는 게 류윈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인데요, 당 창건 70주년이라는 중요한 날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를 모시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중 관계에 이상이 없다는 걸 대외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단 점에서 분명 성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시도했던 것, 즉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쯤 되면 북한이 뭔가 주판알을 잘못 굴린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북측 가족들이 잘사는 남측 가족과 상봉하고 나면 여러모로 동요할 수밖에 없는데도 북이 부담을 무릅쓰고 상봉에 응했는데, 그 결과, 대남전략이라는 계산대 한쪽에는 여전히 빈 공간이 남아있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원했던 거라면 대화라도 시동을 걸어야 할 텐데 내부적으로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지 몰라도 아직은 8·25 합의에서 약속된 회담이 성사됐단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요즘 북한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보가 그리 정교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 또한 상당히 가변적일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이 가능해집니다.
▶ [취재파일] 이산가족 상봉 그 후…북한의 계산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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