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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취업하면 순결 드려요" 여대생 쇼킹 이력서

[월드리포트] "취업하면 순결 드려요" 여대생 쇼킹 이력서
창업의 천국, 백만장자 생산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경제도 요즘 한 풀 꺾인 게 확실한 가 봅니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 일자리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져 TV뉴스나 신문에는 취업난, 구직난 관련 기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화려한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는 취업준비생들이 면접관들을 한 번에 휘어잡을 수 있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소 작성법 과외까지 받는 다는 건 이제 뉴스 꺼리도 아닌 세상이 됐습니다.

며칠 전 소개된 기사는 그야말로 '역대급' 쇼킹 그 자체였습니다. 중국 서부 쓰촨성(四川省)의 명문인 청두대학(成都大學)에 재학 중인 올해 나이 20살 여대생이 주인공입니다. 청두 지역에서 IT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한 구직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등록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처녀 신입사원!' 내용은 점입가경이었습니다. 자신은 이성과 교제 경험이 없는 '숫처녀'로 이제껏 어느 누구도 자신의 속살을 만지지 않았으며 자신을 취직시켜주는 회사 사장에게 기꺼이 자신의 '처녀성'을 줄 수 있다는 낯뜨겁고 민망한 '일자리' 대 '성' 교환 제안서였습니다.

금세 SNS에서 그녀의 이력서는 화제가 됐고 네티즌 수사대가 그녀의 신상 추적에 나서는 등 삽시간에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취업이 하늘에서 별따기라고 하지만 매매춘과 다름없는 비도적적인 구직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의견부터 일자리를 미끼로 사회가 약자인 구직자들을 착취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국가와 정부가 나서 구인-구직 미스매치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습니다.

더 가관인 건 문제의 여대생이 얼마 후 당당히 "취업에 성공해 너무 행복하다"는 후기까지 친절히 남겼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 지 알 수는 없습니다.

10여 년 전 중국의 언론을 장식했던 루부쉬안(陸步軒) 이야기를 잠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 출신의 루부쉬안은 1980년 중반 시안 시내 대입 시험 성적 1등을 차지하고 명문 베이징대학 중문과에 입학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 최고 학부를 졸업한 인재들은 정부기관부터 국영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모셔가기에 바빠 취업 걱정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역시 정부가 배정해 준 몇 군데 직장에 들어갔지만 퇴직과 재취업을 반복한 끝에 2000년 마침내 고향인 시안으로 돌아와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정육점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저명한 언론인들과 사회학자들이 앞 다퉈 글을 게재했습니다. "엄청난 교육비를 투입해 키운 베이징대 졸업생을 아무런 지식이 필요 없는 푸줏간 주인을 하도록 방관한 정부는 인재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라" 이런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정부가 대졸자의 일자리까지 챙겨주는 건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명문대 졸업생이라고 푸줏간 주인을 못할 건 없다"는 소수의 반론도 있었지만 대세에 묻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중국 경제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며 나날이 일자리가 늘던 시절이었으니 가능했던 얘기입니다.

그 뒤로 명문대학 출신, 혹은 대졸구직자가 일종의 3D 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중국에서는 <루부쉬안 현상>이라고 불렀고 일종의 사회학 용어의 하나가 됐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중국은 매년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당연시 받아들여야하는 성장 정체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올해 취업시장에 나올 대졸 구직자는 750만 명에 육박합니다. 현지 언론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연일 보도합니다. 지난 3분기에는 일자리 하나를 두고 35.4명이 각축을 벌이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지난 1분기의 경쟁지수 26.1과 2분기 지수 29.3에 비교해도 일자리 경쟁이 얼마나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4년 7월에 발표된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8%를 넘어 미국 실업률을 웃돌고 있습니다. 특히 21세부터 25세까지 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률은 16.4%를 기록했습니다.

어렵게 취업해도 대졸자 평균 초봉은 월 2천440위안(44만원)에 불과합니다. 취업에 도움 안 된다며 대학 진학을 단념한 중국판 ‘수포자(대학 수능 포기자)’는 530만 명에 달합니다.

이제 중국 땅은 물론 한국에서도 루부쉬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힘겹게 일자리를 찾는 청년 구직자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명문대생, 대졸자란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미래를 일궈가겠다는 건강한 도전 정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급해도 이력서 세일즈를 위해 자존심마저 팽개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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