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비극에도 지치지 않고 살고 싶어질 것이다. 나의 삶은 그림과 함께. 인생의 고달픈 길동무처럼 이어갈 것이다. 감사합니다." 천경자 화백의 장남인 이남훈 씨는 천 화백이 과거에 쓴 글을 읽으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애통한 표정으로 침묵에 잠겼습니다.
이 씨의 뒤에는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천 화백의 흑백사진이 수많은 국화 위에 놓여 있었고, 그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 화백의 작품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비쳤습니다.
'한국 화단의 전설'인 천경자 화백의 추도식이 오늘(30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 로비에서 미술계, 문화계 인사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천 화백의 유족이 주최하고 서울시와 시립미술관이 준비한 추도식은 지난 8월 6일 미국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천 화백의 영면을 고국에서 애도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추도위원장으로 나섰고, 김택환 경기대 교수를 비롯해 박우홍 화랑협회장,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원장, 정중헌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주준선 고흥군 부군수 등 14명이 추도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 천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의 약력 소개, 추도위원들의 조사와 추도사 낭독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종규 추도위원장은 조사에서 "고인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 화가로 추앙받았다"면서 "육신은 활화산처럼 떠났지만 한평생 보여준 예술세계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열정으로 실천했던 숭고한 작가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후세에 물려줄 역사와 문화를 생각하며 나아가겠다"며 "천 화백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4년에는 유족, 후학과 상의해 그를 기리는 행사를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중헌 추도위원은 추도사를 통해 "그의 개인전은 매번 장사진을 쳤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회고하면서 "천 화백은 불타는 예술혼으로 자신을 해방시킨 스타 화가이자 인생을 축제처럼 산 팔자 좋은 화가"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저희 유족들은 어머니의 별세 소식에 그저 황망하고 가슴이 저려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외국 땅에서 더 이상 힘겨워하지 마시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한국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추도식 참가자와 시민들은 천 화백의 사진 앞에서 헌화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달 1일까지 천 화백을 추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관내에 있는 천경자 전시실에 헌화 공간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고국으로 돌아와 편히 쉬소서"…천경자 화백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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