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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본 열도 뒤흔든 '보미짱'…인기 비결은?

[취재파일] 일본 열도 뒤흔든 '보미짱'…인기 비결은?
"인기의 비결은 밝은 미소와 긍정 에너지"
"퍼팅 좋아지고 성적 쑥쑥"
"한국 팬 열성 응원 그리워…내년엔 국내 대회도 출전"

 
올 해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투어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가 전인지라면 일본여자프로골프, JLPGA투어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이보미입니다. 시즌 5승으로 상금 1억 7천 9백만 엔(17억 원)을 벌어들여 2009년 요코미네 사쿠라가 기록했던 JLPGA 역대 한시즌 최고 상금(1억 7천 5백만 엔)을 경신했고 전인미답의 시즌 상금 2억 엔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보미짱'으로 불리는 이보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상파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각종 잡지의 표지 모델을 장식하며 '골프 한류'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휴식을 위해 잠시 귀국한 이보미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녀의 얼굴에서는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이보미 선수와 일문 일답입니다.

Q. 올해 성적이 눈부시다. 26개 대회 나와서 우승 5번, 준우승 7번 포함해 톱10에만 19번 들었고 컷오프가 한 번도 없었는데 무엇이 달라졌나?

"제일 달라진 건 퍼팅이죠. 지금 평균 퍼팅 수 1등, 아이언 샷 그린 적중률도 1등. 그러니까 성적이 막 좋아지더라구요. 일본에서는 장타자보다는 정확하게 치는 선수가 유리하거든요. 롱 퍼트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긴 거리에서 퍼트 정확도가 높아지니 짧은 퍼트도 덩달아 좋아지더라구요. 퍼터는 4년째 오딧세이 일자형 퍼터 쓰고 있어요."

Q. 드라이버 샷 거리는?

"제 키(157cm)에 비해서 짧지는 않아요. 240-250야드 정도 나가는데 다른 선수들보다 멀리 치진 못해도 크게 짧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전인지 선수와도 살롱파스컵과 일본여자오픈 때 같은 조에서 쳐 봤는데 드라이버 샷 거리가 비슷하게 나갔어요."

Q. 일본에서 인기가 폭발적인데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밝은 에너지? (웃음) 눈 마주치면 그냥 잘 웃는거죠. 지쳐도 웃고, 힘들어도 웃고, 즐거워도 웃고‥ 그런 모습을 팬들이 정말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할 따름이죠. 제가 일본 전국 투어를 다니는데 매주 안빠지고 오시는 팬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 10명은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죠.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길래 여기까지 이렇게 오실 수 있지? 그 분들 보면 정말 더 힘이 나요. 일본에 온 지 5년째인데 팬들이 생각보다 많아졌어요. 지금은 제가 우승하면 우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너무 감사하죠."

Q. 인기를 어떨 때 실감하나?

"TV 토크쇼 출연하고, 일본 연예인들이랑 골프 대결하는 방송도 하고 그러다보니 알아보시는 분들이 정말 꽤 많아졌어요. 엄마랑 경기 끝나고 나서 저녁 먹으려고 철판 요리집 갔는데 사장님이 저를 알아보시고 좋은 방으로 안내해 주시더니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밥 값을 안받겠다고 하시더라구요(웃음). 그렇게 공짜로 먹었던 기억도 있구요. 그런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Q. 팬들도부터 선물도 많이 받을텐데 가장 고맙고 기억나는 것은?

"2011년 제가 처음 일본투어 갔을 때 캐리커쳐를 선물해 주신 분이 있었어요. 그 때 제가 우승을 한번도 못했었는데 그 분이 제 우승을 간절히 바라면서 캐리커쳐를 그려 주셨는데‥(울먹) 그 후에 제가 우승하는 것도 못보고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제일 마음에 남아요.그 분만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죠. 지금은 어린 아이들한테 받는 편지가 가장 고맙고 반가워요. '보미 선수를 닮아가는게 꿈입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아이들한테 제가 희망이 된다는게 좋아요.아이들 만나면 꼭 사진 찍어주고 안아주고 사인볼 주고 그렇게 보답하려고 해요."

Q. 작년에 아버지를 잃고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항상 긍정적이셨던 아빠는 제 정신적 지주였어요. 제 성격도  아빠를 닮은 것 같아요. 보기를 하더라도 더블 보기 안한게 어디야? 러프에 들어가도 이 정도 라이면 괜찮네. 이렇게 모든걸 긍정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아빠는 제가 일본에서 상금왕되는 걸 보고 싶어하셨는데 암으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충격을 많이 받았었죠.

그렇다고 제가 그 충격 속에서 계속 있으면 제 가족들이 더 힘들어질테니까 제가 더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도 혼자 계시고 가족들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대회장에 나가면 팬들이 응원해주시니까 더 빨리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또 아빠가 하늘 나라에서 저를 위해서 많이 기도해주시는 것 같아요."

Q. 경기 중 징크스나 이보미 선수만의 습관이 있나?

"특별한 징크스는 없고 마지막 날 빨간색이나 핑크색 옷을 많이 입어요. 그 색을 입었을 때 우승을 많이 했기 때문에 빨간색,핑크색은 제 우승 컬러가 됐어요."

Q. 많은 대회를 출전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아직 체력엔 문제가 없어요.엄마랑 투어를 같이 다니는데 엄마가 직접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기 때문에 좋은 거 많이 먹고, 또 몸 안다치게 경기 전후로 마사지,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주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벌써 지치면 안되죠(웃음)."

Q.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라면?

"시즌 상금 2억 엔 돌파하는거예요 아직 일본에서 여자선수가 2억 엔 넘어 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남은 대회가 4개인데 1승만 더 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룬다면 남녀선수를 통틀어 일본프로골프 역대 한시즌 최고 상금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일본 프로골프 역대 한시즌 최고 상금은 2001년 이자 도시미즈가 기록한 2억 1793만 엔입니다)

Q. 1988년생, 우리 나이로 28살인데 결혼에 생각은?

"아직 결혼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금은 골프가 너무 재미있어서요. 제가 상금을 벌면 벌수록 제 가족들이 더 좋은 걸 누리게 되잖아요. 고생하시는 엄마한테 좋은 선물 사드리고 조카들 선물도 사주고 그런 것들이 저에겐 행복인 것 같아요."

Q. 일본에서 5년간 통산 13승을 했는데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은?

"누적 상금이 우리 돈으로 53억 원쯤 되는 것 같아요. 진짜 지금 너무 행복하죠 . 제가 골프선수 안됐으면 평범한 회사원이나 학생이었을텐데 누리지 못할 것들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믿기지 않을 때도 있어요. 어렸을 때 제 가족이 강원도와 수원에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처럼 살다가 제가 돈을 벌면서 수원에 4자매와 엄마,이렇게 온가족이 둥지를 틀게 되었어요. 가족이 모여서 화목하게 지내는 꿈을 드디어 이뤘어요. 골프가 그 꿈을 이루게 해 준 거라고 생각해요."

Q. 한국 대회 출전 계획은?

"내년에 한국 대회에 2~3개 정도 나갈 거예요. 한국 팬들의 응원이 너무 그리워졌어요. 일본에서는 팬들이 아무리 응원을 해줘도 그저 외국선수에게 보내는 환호일 뿐이잖아요. 제가 2010년 KLPGA투어 상금왕 할 때 한국 팬들이 보내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는 열성적인 응원 소리,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런 응원 소리 들으면 온 몸이 짜릿짜릿,소름이 돋으면서 에너지가 나오죠. 빨리 돌아와서 그 분들의 큰 응원 소리를 듣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이보미선수가 문 밖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일본에서 사 온 계란 과자를 내밀며 또 환하게 웃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세요 파이팅!"   

▶ 일본 뒤흔든 '보미짱 열풍'…상상초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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