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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거대한 풍선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조기 경보 무인 비행선 이탈에 ‘혼쭐’

[월드리포트] 거대한 풍선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미국 동부 워싱턴 DC 북쪽 메릴랜드와 펜실베니아 일대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하늘에 갈길 잃은 커다란 물체가 바람을 타고 북상했다. 흰색의 무인 비행선이다. 애버딘 육군 시험소 (Aberdeen Proving Ground) 상공에 묶여 있어야 하는데 밧줄이 끊기면서 바람을 타고 날아간 것이다.
 
노라드(NORAD), 북미항공우주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무장한 F-16 전투기 2대를 인근 주저지에서 출격시켜 추적에 들어갔다. 연신 트위터를 날리며 '풍선을 보는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행여 민간항공기와 충돌할까 노심초사였다.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비행선의 이동을 주시했다. 비행선에 매달린 2km 길이의 줄이 지상을 훑고 지나면서 전신주를 쓰러뜨리고 전선을 끊어 놨다. 수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학교에서는 수업이 중단됐다. 펜실베니아 주 정부도 비상이다.
 
이 거대한 비행선은 길이 74미터, 미식축구장 크기라고 한다. 비행 풍선인만큼 생김새는 둔해 보이는데 기능은 그렇지 않다. 최첨단이란다. 하지만 원격조종장치는 없다. 이름은 '제이렌즈(JLENS)' - 'Joint Land Attack Cruise Missile Defense Elevated Netted Sensor System'의 줄임말이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무인 센서 장비로 약 3,000m 상공에 머물면서 미 본토로 날아오는 크루즈 미사일과 전투기, 드론 등을 조기에 탐지한다. 전장에서는 적진을 내려다보면서 전투 장비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다.

비행선 '무단 이탈' 소식은 순식간에 미국 케이블 채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결국 4시간 남짓 만에 기체 내 헬륨이 빠지면서 펜실베니아 주 들판에 무사히 착륙했다. 단순 사고지만 새삼 끝 모를 미국의 첨단 무기 체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레이시온 사가 제작해 3년간 2대를 시험 운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든 비용은 27억 달러, 우리 돈 약 3조원에 달한다. 전장에서는 총탄 한발만 맞아도 무용지물이 될 터이니 미 본토 방위 정도에나 써봄직 하겠다.

아! 어쩌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데이비드 윌먼 기자는 지난달 9월 24일 기사에서 27억 달러 방공 시스템이 '좀비' 프로그램이 됐다고 폭로했다. ▶ 로스앤젤레스 원문 기사 보러가기

지난 4월 15일 61살의 플로리다 우체부가 1인용 경헬리콥터인 자이로콥터를 타고 미국의 심장부 의사당 서쪽 잔디밭까지 날아왔는데 이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거대한 풍선 ‘제이렌즈’는 바로 이런 사태를 예방하라고 거액을 들여 만든 것이었다.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라는 뜻으로, 방산업계에서는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면서 죽일 수도 없는 프로젝트를 일컫는다고 윌먼 기자는 소개했다. 2010년 육군 지도부가 이 '좀비'를 죽이려 했으나, 레이시온 사가 전방위 로비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를 옹호했던 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 차장은 그해 은퇴한 뒤 레이시언 사에 합류했다고 한다.
 
LA 타임스의 탐사 보도가 나온 지 한 달 남짓 만에 불상사가 발생했으니, 언론이 제대로 발동한 '조기 경보'가 미국민들 귀를 쫑긋하게 할 듯싶다. 워싱턴 포스트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미 본토 위에서 지상을 속속들이 내려다보고 있다면 국민들 사생활은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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