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가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고 출소하게 된 구속 수감자에게 민원인 쉼터에서 죄수복을 갈아입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수원구치소에서 출소한 A(55)씨는 얼마전 구치소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지난달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아온 A씨는 26일 벌금형을 선고받고 출소하게 됐습니다.
A씨는 연두색 수용자복을 벗고 처음에 입고 온 사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호송버스에 올라타 구치소로 향했는데, 버스는 A씨 등 출소자들을 교정시설 밖 민원인 쉼터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구치소 직원이 소지품과 사복을 가져다주었고 A씨 등은 다시 직원의 안내로 5∼6m가량 따라 걸어가 민원인 쉼터에 마련된 3개의 칸막이(2개 남자용·1개 여자용) 너머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이들의 이동 경로는 구치소를 방문한 민원인 누구나 사용하는 길이었고 옷을 갈아입는 공간도 아무나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림잡아 스무명이 넘는 면회객들의 시선이 온통 수용자번호가 적힌 죄수복 차림의 출소자들 행렬에 꽂혔고 A씨는 그날의 수치심으로 아직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A씨는 "재판받기 전 직장 동료에게 잠시 중국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동료가 '안좋은데 다녀오셨다면서요'라며 내 소식을 다 알고 있더라"며 "누군가 그때 저를 보고 알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생활하기가 겁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옷을 갈아입는 공간도 매우 열악했다. 남자인 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여자 출소자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겠느냐"며 "구치소장이 공식 사과하고 문제를 바로잡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수원구치소에 따르면 민원인 쉼터는 본래 출소자 가족 등 면회객이 대기하는 장소로 24평(약 80㎡) 남짓한 공간에 의자,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구치소측은 집행유예, 벌금형, 무죄 등의 선고로 검찰로부터 '석방 지휘'를 받은 구속 피고인은 규정상 교정시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부득이 민원인 쉼터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안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정대로라면 구속됐으나 무죄선고를 받은 출소자도 죄인처럼 비칠 우려가 있는 수용자복을 입은 채 민원인들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입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출소자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얼굴이 알려진다는 생각과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게 돼 굉장히 불쾌할 것"이라며 "출소자들의 이동통로와 환복 공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원구치소 측은 "대부분 구치소가 민원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 출소자 환복 공간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구치소는 사정상 그동안 민원인 쉼터를 활용해왔으나 인권침해 소지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출소자에게 민원인쉼터서 옷 갈아입으라는 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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