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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피로 물들이는 이슬람 '아슈라' 축제

웃옷을 벗은 남성들이 칼날이 달린 쇠사슬로 자기 몸을 쉬지 않고 내리칩니다.

피멍이 들고 피투성이가 돼도 자해를 멈추지 않습니다.

참가자 가운데는 10대 초반의 소년도 끼어있습니다.

잔인해 보이는 이 행위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기념일인 아슈라의 의식입니다.

[굴람 라숨/아프가니스탄 시아파 무슬림 : 이맘 후세인에 대한 사랑으로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합니다. 집에서 씻고 나면 상처조차 남지 않습니다.]

숫자 십을 뜻하는 아슈라는 이슬람력으로 매년 1월 10일로 올해는 지난 23일이었습니다.

이때면 이슬람 시아파 신도는 가슴과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흉기로 내리쳐 스스로를 피로 물들입니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후세인과 그 추종자들이 680년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우마이야 왕조에 몰살당한 비극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임다드 사키/인도 시아파 무슬림 : 카르발라 비극은 참과 거짓의 전쟁입니다. 이맘 후세인은 자신과 동료들을 희생해 이슬람을 살리셨습니다.]

아슈라 기간 후세인이 숨진 이라크 카르발라에는 수백만 명이 운집합니다.

검은 옷에 후세인 가문의 녹색과 피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은 일대 장관을 연출합니다.

아슈라는 이슬람에서 수니와 시아를 가르는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이슬람 초기 칼리프를 모두 무함마드의 후계자로 보는 수니와 달리 시아는 후세인처럼 무함마드의 직계만이 이슬람의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때문에 해마다 아슈라 기간이면 시아를 노린 수니 극단주의의 테러가 어김없이 발생합니다.

올해도 아슈라를 전후해 파키스탄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26명이 숨졌습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도 아슈라 행사 도중 5발의 폭탄이 터져 100여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범행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위협에도 시아파는 아슈라 의식을 멈추지 않습니다.

목숨을 건 고행을 통해 종교적 믿음을 다지고 있습니다.

[누르라흐/시아파 무슬림 : 이맘 후세인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집에 나설 때부터 두려움을 잊었습니다.]

19억 이슬람 인구 가운데 시아는 15%에 불과합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을 빼고는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조차 시아보단 수니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슬람 소수 종파로 핍박을 받아온 시아에게 아슈라는 살을 깎는 고행을 통해 종교적 단합과 결의를 다지게 해준 천 년의 버팀목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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