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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장애인 구하려다…퇴임 3년 앞두고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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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경북 경주시 한 파출소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정신이 나간 사람이 여관에서 물을 뿌리고 있어요." 전화를 건 사람은 한 여관 주인이었습니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어 보이는 남자를 집에 보내달라고 신고한 것입니다. 파출소에 있던 이기태 경위(57)와 김 모 경사는 바로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우던 그 남자를 붙잡았습니다.

이 남자는 정신지체 2급 장애를 앓고 있는 16살 김 모 군. 그는 서울 집에서 가출해 경주까지 온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위는 목걸이에 적힌 아버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시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데리러 갈 여건이 안 되니 기차를 태워 보내주시면 된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기차 여행을 좋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경위는 아버지의 부탁대로 김 군을 기차에 태워 보내려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김 군의 난동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시민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서 이 경위는 김 군과 함께 다른 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동하던 중 김 군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 잠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간 김 군이 갑자기 철길 쪽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본 이 경위도 김 군을 쫓아갔습니다. 철길에 드러누워 '집에 가기 싫다, 죽겠다'고 외치는 김 군과 이 경위는 언제 기차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달려오는 화물열차. 이 경위는 100kg 이상 나가는 큰 체구의 김 군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기태 경위와 김 군은 열차를 피하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모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출근길에 데려다주며 '수고해'라고 인사했던 남편. 자상한 남편과 아빠의 죽음을 아내와 두 아들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함께 현장에 있다 오른발이 짓눌려 부상당한 김 경사도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정년 퇴임을 불과 3년 앞두고 순직한 故 이기태 경위. 그는 내무부 장관상을 비롯해 경찰 청장상 등 15차례나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경찰이었습니다.
 
10월 21일 경찰의 날 70주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경찰들이 감사를 받아야 하는 날, 故 이 경위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끝까지 사명을 다하며 희생한 故 이기태 경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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