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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용자 '붙잡기'는 이해합니다만…

[취재파일] 이용자 '붙잡기'는 이해합니다만…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앱, 아마 많은 분들이 '카카오톡'을 떠올리실 겁니다. 누적 가입자 수가 2억 명에 달하고, 재설치를 포함한 다운로드 수는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가입자 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니 이쯤되면 스마트폰 시대의 대표적인 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많은 이용자가 쓰다 보니 재미있는 이용사례도 종종 인터넷 SNS 등에서 회자되곤 합니다. 그 가운데 이런 게 있는데요, 저는 지난 해에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엄마가 보낸 카톡'
 
어머니가 TV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건강 관련 정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딸과의 대화를 위해 열어 둔 카카오톡 채팅방에 메모 형식으로 남기는데,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내용에 딸은 황당해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카카오톡 채팅방을 메모장 형식으로 쓰거나, 대화 내용을 저장하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갈무리(캡쳐)하는 경우는-실제 이용자라면 공감하시겠지만-일상 생활에서 꽤 자주 일어납니다. 이 방에서 한 이야기를 다른 방으로 전달해줘야 할 때도 있고, 대화 중에 나온 중요한 내용을 따로 보관해야 할 필요도 빈번하게 느끼게 됩니다. 
 
카카오가 이런 이용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나와의 대화'라는 채팅방을 만들 수 있는 업데이트를 실시했습니다. 말 그대로 내가 나를 상대로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 '할 일'이나 약속을 '나와의 대화(방)'에 남길 수 있고, 다른 채팅방에서 나온 기억해야 할 내용은 해당 대화를 길게 눌러 '나와의 대화(방)'으로 보낼 수 있게 했습니다. 사용이 익숙해지면 내가 직접 남긴 메모, 카톡 친구와의 대화, 링크, 이미지 등을 '나와의 대화(방)'에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겠죠. 
 
의도는 분명합니다. 이용자를 하나의 플랫폼, 그러니까 여기서는 '카카오톡'이라는 앱 안에서 가능하면 오래 붙잡아두려는 겁니다. 비슷한 예로 카카오가 앞서 선보였던 기능 가운데 카카오톡 채팅창 내에서 '검색'을 가능하게 한 이른바 '샵(#) 검색' 기능이 있습니다.
▶ [취재파일] 카카오톡 샵(#) 검색, 모바일 검색 판도 바꿀까?

대화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카톡을 비활성화하고-검색 앱을 열어 검색하고-결과를 갈무리하거나 주소(URL)를 복사한 뒤 다시 카톡 창을 열어야 했던 과정을 샵(#)을 입력하는 한 단계로 줄인 겁니다. 그리고 그 검색 결과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net)에서 콘텐츠별로 제시하는 일종의 '큐레이션' 형식을 따르게 되니 이용자를 (기업 입장에서는) 엉뚱한 곳으로 빼앗길 가능성을 줄이게 됩니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나와의 대화'도 카톡을 비활성화하고-메모 앱을 찾아 열고-새 메모를 입력하거나 기존의 메모를 복사해서 가져오는 일련의 과정을 줄임으로써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고자 하는 의도라는 얘기죠. 이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그 안에서 검색이나 메모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의 플랫폼 전략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만큼 '플랫폼'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고 보는 게 오히려 맞는 얘기겠죠. 다만 아쉬운 점은, 카카오 전체의 서비스 안에서 카카오'톡'처럼 수많은 이용자가 거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플랫폼에 대한 배려, 정확하게는 인기없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13일에 내년 2월 16일에 종료하겠다고 공지한 비공개 기반의 소규모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카오 아지트'가 대표적입니다. 
 

 
카카오 아지트 종료 공지
제가 카카오 아지트 이용자가 아니어서 지난 13일 공지 이후 카카오 아지트 종료에 대한 트위터 반응을 몇 개 모았습니다. 검색 결과를 보니 이용자가 많았던 서비스가 아니라는 걸 잘 알겠네요.
 
아지트 종료 반응
 
카카오를 비롯해 수많은 이용자들이 즐겨 쓰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형 포털 업체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내부에서 서비스를 놓고 논의를 하실 때 '이용자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그러니까 그냥 없애도 된다'라는 말로 손쉽게 치환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처가 작으면 그리 아프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흉터는 오래도록 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 취재파일을 본 카카오 측에서는 오늘(26일) 오전 "카카오 아지트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맞지만, 보다 나은 기능을 추가해서 향후 다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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