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염병의 하나인 14세기 흑사병 병원균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무려 3천 년이나 빠른 청동기 시대부터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연구진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유골의 DNA에서 흑사병 병원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를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22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흑사병은 페스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쥐와 다람쥐, 청설모 등 설치류의 페스트균이 여기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됩니다.
연구팀은 3천∼5천 년전 유럽·아시아에서 살았던 주민 101명의 유골의 유전자정보가 갑자기 끊어지는 것에 의문을 갖고 이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4천500년 전 유럽 주민의 DNA와 러시아 서부 유목민의 DNA가 상당한 공통점을 갖는 것을 보고 이 시기에 대규모 전염병으로 인구가 집단 이동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연구팀은 이어 101명의 유골 속 DNA를 분석했고, 이중 현재의 폴란드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살았던 7명의 치아에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의 DNA를 발견했습니다.
러시아 바테니 지역과 중앙아시아 알타이산맥에서 발견된 기원전 2782년과 2794년쯤의 주민 집단 무덤에서 나온 것이 가장 오래된 감염 사례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페스트균은 중세 유럽의 페스트균과는 다소 다른 형태였습니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는 설치류의 벼룩을 매개로 인간의 림프절에 감염됐지만, 청동기 시대의 페스트는 벼룩을 매개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치명적었던 것은 틀림없지만, 페스트에 감염된 쥐를 음식물로 사냥하는 과정 등에서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후 이 페스트균이 벼룩을 통해 전파되는 형태로 변이되면서 대규모 전염병으로 전 유럽에 확산됐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벼룩으로 감염되는 페스트균은 기원전 951년 아르메니아에서 살던 주민의 뼈에서 발견됐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코펜하겐대의 에스케 윌러슬레브 교수는 "페스트균이 넓은 지대에 걸쳐 인간을 감염시키기 시작한 시점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이전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벼룩이 매개되지 않은 '청동기 페스트'의 파괴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미국 맥매스터 대학의 유전학자인 헨드릭 포이너 박사는 "(청동기 페스트균이) 당시 높은 치사율의 원인이라는 것은 추정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셀(Cell)'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지금까지 페스트는 기원후 540년 독일서 발병했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재앙에 가까울 만큼 창궐한 것은 2차례였습니다.
6세기 '유스티아누스의 페스트'는 당시 동로마제국의 국력을 약화시켰습니다.
두 번째는 유럽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14세기 흑사병으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중세 봉건제도의 붕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페스트균 기원전 2800년대 청동기시대부터 인류 괴롭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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