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주차장 이론'이 화제라고 합니다.
백화점 주차장을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최대한 입구와 가까운 곳에 차를 대려고 빈자리가 있어도 지나치곤 하는데요, 한 바퀴 더 돌아보고 나면 그나마 있던 자리도 빼앗기고 없어서 할 수 없이 한 층 더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많죠.
배우자를 찾을 때도 똑같아서 너무 욕심내다 보면 적당한 배우자감들을 놓친다는 게 바로 주차장 이론이라는데요, 요즘 이런 결혼에 필요한 전략을 들으려고 부모들이 결혼정보업체 강의에 구름떼처럼 몰려든다고 합니다. 한상우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박수경/결혼정보업체 대표 : 제발 그런 거에 부모들이 팔랑귀가 안 돼야지 내 자식들이 행복하고 나중에 내가 행복해요.]
자녀를 위해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던 부모들이 이제는 결혼 전략 설명회까지 수강하고 있습니다.
자녀 몰래 자녀를 결혼정보 업체에 가입시킨 뒤 지인의 소개라고 거짓말을 하고 맞선 자리에 내보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새는 바쁜 자녀를 대신한 부모 대리 맞선까지 등장했습니다. 당사자들이 보기 전에 예비 사돈끼리 먼저 만나보고 판단하겠다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한 만남일 텐데, 커플 매니저들이 매칭 날짜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부모들은 결혼정보 업체라는 상업적인 주선자를 거치지 않겠다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민들 모임을 통해 사윗감과 며느릿감을 찾기도 한다는데요, 강남권의 한 대단지 아파트는 내 아이의 짝을 내가 직접 찾아 나서겠다는 어머니들의 모임이 생긴 지 일 년도 안 돼 회원 수가 2백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자녀가 결혼하는 건지 부모가 결혼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인데요, 현실적으로 50대 초중반이면 부모 세대가 대부분 은퇴하기 때문에 빨리 자녀의 기반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에다, 여전히 자녀의 삶을 자신의 삶과 동일시하는 마음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문제는 자녀의 삶에 관여하는 게 결혼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손주의 육아에도 개입하고 살림살이까지 간섭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자녀가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양가 부모가 끼어들어 갈등의 골을 더 키우는 바람에 끝내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모의 지나친 참견은 당연히 지양해야겠지만, 그래도 부모가 이렇게 극성을 떨며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게 차라리 행복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건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한 상당수 젊은 남녀들은 자력으로 결혼을 준비하느라 더 늦어지고 더 힘들어지기 마련인데요, 우리 사회 양극화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도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결혼도 이혼도 부모가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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