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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신부 시신 도둑질해 엽기적인 '영혼결혼식'

[월드리포트] 신부 시신 도둑질해 엽기적인 '영혼결혼식'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요즘 이곳 베이징엔 서늘한 공기가 맴돌고 있습니다. 철 지난 납량(納凉)성 기사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중국어로 ‘밍훈(冥婚)’, 우리 말로 ‘영혼결혼식(靈魂結婚式)’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혼결혼식이란 결혼을 약속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모두가 죽은 경우 유족들이 못다 이룬 행복을 남기고 떠난 망자들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하여 치르는 가상 결혼식입니다.

먼저 몇 년 전 중국 인터넷에서 떠돌던 오싹한 ‘영혼결혼식’ 인증사진 얘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사진 속에는 전통 혼례 복장을 한 채 신랑 신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얼핏 봐서는 세월 지난 예전 혼례 풍경인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데 누군가가 왼쪽에 서 있는 신부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 사진에 관한 다양한 ‘설(設)’이 분분해졌습니다.

신부의 발이 살짝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고 두 눈은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 모르게 뒤집혀 있는 듯 보인다는 겁니다. 신랑 신부 뒤 배경 그림도 왠지 결혼식보다는 왠지 씻김굿에나 어울릴 법 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새 하얀 면사포는 고사하고 우중충하다 못해 괴기스러워 보이기는 검은색 혼례복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급기야 이 사진이 말로만 듣던 영혼결혼식 장면이라는 단정적인 해석이 나왔습니다. 예비 신붓감이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열병으로 죽자 이를 가엽게 여긴 유족과 약혼자 측이 합의하에 영혼결혼식을 치러줬다는 겁니다. 이미 사지가 굳은 여성의 시신을 나무 선반에 기대어 목에 줄을 감은 채 천장에 매달아 간신히 식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여러분 어떠세요? 취지야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오싹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얼마 뒤 중국 네티즌 수사대의 추적 끝에 이 괴기 사진의 실체가 밝혀졌습니다. 이 사진은 1940년대 타이완 핑둥현 이 씨 성 명문가에서 치러진 실제 혼례식일 뿐 영혼결혼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 이 씨 집안에서는 70여 년 전 조상들의 유품인 이 사진을 가보의 하나로 보관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진이 2002년 <中國國家地理>라는 잡지에 타이완 각지의 풍습을 소개하는 기사 안에 삽입돼 실려 있음이 증거로 제시되면서 논란엔 종지부가 찍혔습니다.

아무튼 영혼결혼식 사진 논란과 함께 한동안 중국 사회에서는 영혼결혼식 관련된 자료라며 이런 저런 사진들과 괴담들이 입을 통해 혹은 온라인을 통해 회자됐습니다. 어느 집착 심하던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외면한 여인이 급사하자 몰래 무덤을 파고 여성의 시신을 훔쳐다 놓고 둘 만의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느니, 여성 시신을 사고파는 장의 업자들이 요즘에도 암암리에 성업 중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시류에 민감한 한 작가가 '밍훈(冥婚, 저승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괴기 소설을 발 빠르게 출판해 그해 여름 납량 콘텐츠 특수를 누리며 짭짤한 인세 수입을 올렸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이처럼 봉건적이며 미신적인 색채가 짙은 영혼결혼식이 21세기 현대 중국에도 있을까요?

지난주 산시(山西)성의 한 공안국에 3명의 남성이 붙잡혀왔습니다. 죄명은 시신 절도 및 불법 매매 혐의였습니다. 주범인 70대 노인이 마을에 살던 소녀가 죽자 공범 두 명과 함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낸 뒤 자신의 친척이라고 속여 영혼결혼식 신부용으로 팔아넘기려 했습니다. 받아내려던 시신의 가격은 2만 5천 위안, 우리 돈 450만 원 정도였습니다.

무덤이 훼손된 것을 본 유족들의 신고로 이들은 덜미를 붙잡혔는데 산시 성에서는 지난 7월는 빚에 쪼들린 한 남성이 11살짜리 딸을 살해한 뒤 영혼 결혼식 신부로 제공하려다 붙잡혀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 2012년에도 남성 3인조가 임산부를 살해한 뒤, 영혼결혼식에 시신을 팔아넘긴 사례가 있었습니다. 산시성이 내륙에 위치한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이다보니 미신이 강하고 생활고에 시달린 범죄인들이 많다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일련의 사건으로 여전히 중국 일부 지방에서는 영혼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난 셈입니다. 근대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집 안에 장가 못가고 죽은 남자가 있으면 그 집안이 곧 망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요절한 미혼 남성의 유족들이 은밀히 신부로 맞아들일 처녀의 시신을 찾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보니 멀쩡히 살아 있는 여자를 제물로 바치는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구시대 봉건을 일소하고 과학에 바탕한 유물론을 앞세운 혁명을 부르짖던 중공(중국 공산당) 지도부나 지휘관들조차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 이전 장정(長征) 시절이나 국공 내전 시기, 전장에서 산화한 젊은 남녀 당원들을 위해 영혼결혼식을 치러줬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연예인이 사후에 눈물의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곤 합니다. 사람 사는 사회에 인정으로 이해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문제는 항상 재물에 어두워 물불 안 가리고 불법도 마다않는 어둠 속 그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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