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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볍게 즐기는 유쾌한 뮤지컬의 매력 '형제는 용감했다'

[취재파일] 가볍게 즐기는 유쾌한 뮤지컬의 매력 '형제는 용감했다'
영화에도 오락영화가 있듯이 공연에도 오락을 위한 공연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줄거리의 개연성, 미학적 감동 등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고 신나는 시간을 선사할 겁니다.
 
이 작품은 2008년 초연 당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한국적인 소재를 세련미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이듬해 제 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2012년까지 국내에서 무려 5차례에 걸쳐 재공연 됐고, 재작년엔 일본에서도 공연이 이뤄졌으니,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뼈대 있는 안동 이씨 가문의 두 아들, 석봉과 주봉은 아버지와 연을 끊은 지 3년만에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고향 집에 내려옵니다.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으르렁대던 두 사람 앞에 미모의 여인 ‘오로라’가 찾아옵니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한다는 그녀는 형제의 아버지가 1등 로또를 유산으로 남겼고, 집 어딘가에 숨겨진 로또는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라는 사실을 전해줍니다. 유산도 얻고 오로라의 마음도 얻기 위해 형제는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숨겨진 비밀과 마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하지만 줄거리의 개연성만 따지자면 엉성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거슬리는 건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를 형제가 한 순간에 이해하고 반성하는, 너무도 급작스러운 ‘갈등의 해소’ 부분입니다. 극의 핵심 내용인데도 지나치게 허술합니다. 치매를 앓던 형제의 어머니가 자신의 병을 숨기며 치료를 거부한 이유가 ‘종갓집 종부는 남에게 책잡힐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는 것도, 그것도 치질로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본받아 그런 거였다는 설정도 기가 막힙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의 전개처럼 캐릭터도 쉽게 돌변합니다. 극단적일 정도로 가문의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인 아버지는 어느 순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돌변해 종갓집 아들이라는 게 짐이 될까 두렵다며 자식들과의 절연을 선택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캐릭터와 개연성 낮은 사건의 전개가 이어지다 보니, ‘부모의 사랑과 형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주제는 끝내 마음에 와 닿지 않고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을 본 뒤 저의 첫 감상은 ‘재미있다. 시간이 아깝지 않네’ 였습니다. 위에서 험담을 늘어놓은 뒤 이런 평을 뒤이어 적는 것 역시 뜬금없는 전개요 돌변하는 태도입니다만, 사실입니다. 다만 분명한 이유는 있습니다. 오랜만에 별 생각 없이, 유쾌하게 즐긴 공연입니다. 무대 위 시끌벅적한 한바탕 소동이 스트레스를 날려줍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무엇보다 젊고 밝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주연배우는 물론 조연배우들도 하나같이 생기가 넘치고, 노래는 물론 어려운 율동도 열정적으로 소화해냅니다. 가벼운 유머가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을 공략합니다. 무대는 단순하지만 효율적으로 극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음악은 극에 꼭 맞춘 옷인 양 친숙하고 활기차게 이어집니다. 정준하, 김동욱 씨 등 TV를 통해 잘 알려진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는 것도 반갑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그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을 발견하는 건 더욱 즐겁습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오락영화는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이 있습니다. 대단한 메시지나 감동이 없는 영화라고 대충 만들면 보는 즐거움도 줄 수 없습니다. ‘형제는 용감했다’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또 번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배우들의 열정과 실력이 극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지속 가능한 창작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도 잘 녹아 있습니다. 가볍게 머리를 식히며 깔깔 웃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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