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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소비자는 호갱?…애플의 배짱

[취재파일] 한국 소비자는 호갱?…애플의 배짱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S와 6S 플러스가 국내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19일부터 본격적인 예약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오는 23일 국내 본격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로즈골드 색상 모델이 추가된 데다 누르는 힘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3D 터치 기술'을 적용하는 등 감각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예약판매부터 벌써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애플 아이폰6S 출시에는 찜찜한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나라 출시가 너무 늦었다는 겁니다. 사실 애플이 우리나라를 1차 출시국에 넣어주지 않은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역시 이번에도 애플은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는 지난달 25일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12개 나라에서 처음 출시됐습니다. 애플은 이후 10월 9일과 10일, 16일 세차례에 걸쳐 출시할  2차 출시국 46개 나라를 발표했는데요, 벨기에, 덴마크, 체코, 에스토니아, 그리스, 요르단, 바레인, 인도 등등입니다. 2차 출시국에서도 우리나라는 빠진 겁니다. 그래서 잡힌 우리나라 출시일이 바로 오는 23일로 결국 첫 출시 이후 한달이나 지나서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이폰6S를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사는 것도 억울한데 가격도 더 비쌉니다. 아이폰6S의 미국 가격을 우리돈으로 환산해보면 메모리 16기가는 78만원, 64기가는 92만원, 128기가는 106만원입니다. 직전 모델인 아이폰6와 동일한데요, 이게 우리나라에 와서는 모델별로 14만원이 껑충 뛰었습니다. 애플이 밝힌 아이폰6S의 출고가는 메모리 용량 따라 각각 92만원, 106만원, 120만원입니다. 아이폰6S 플러스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우리나라가 14만원이 더 비쌉니다. 이는 홍콩보다는 8만원, 일본과 비교해도 1만원 더 비싼 가격입니다.

일부 아이폰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가격은 부가가치세가 붙은 가격이고, 미국 가격은 세금이 붙지 않은 가격이라며 소비세를 붙이면 실제론 가격이 비슷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단 미국은 주마다 소비세가 조금씩 다르게 붙긴 하지만, 오레곤이나 델라웨어처럼 면세가 되는 주가 있고요, 계산하기 편하게 예를 들어 10%의 소비세가 붙는다고 쳐도 우리나라 가격보다 쌉니다. 일례로 아이폰6S 16기가의 경우 미국 가격 78만원에 10% 소비세 7만8천원을 붙여도 85~6만원선으로, 우리나라보다 6~7만원이 싼 거죠.

일본 역시 8%의 소비세가 붙습니다. 그래서 일본 역시 소비세를 붙이면 우리와 똑같다고 주장하시는 소비자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애플이 밝힌 일본 아이폰6S 가격에 8% 소비세를 더해서 계산해도 우리나라보다는 1~2만원 정도가 싸더군요.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렇게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차별대우를 하는 걸까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삼성전자는 신모델의 가격을 오히려 구모델보다 떨어뜨리고 있고, LG전자 역시 기존 모델의 가격을 크게 떨어뜨렸는데, 애플만 유독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리는 고가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우리나라를 작은 시장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나라별 통신사와의 통신비, 보조금 정책이 달라서 통신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결국 애플측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취재진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출시 일정과 고가 정책의 이유를 묻기 위해 애플 측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는데요, 아쉽게도 끝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애플 아이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제품 자체의 성능과 디자인 등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이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품질이 뛰어나면 소비자 처우는 등한시해도 되는 걸까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수 없는 걸까요? 제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요구조차 못하고 애플만 두둔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꽤 많은 걸 보면 가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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