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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카지노는 오락일까 도박일까…직접 이용해보니

크루즈 카지노는 오락일까 도박일까…직접 이용해보니
초대형 크루즈선 코스타세레나호(11만t급)가 지난 16일 저녁 중국 상하이를 출발한 후 1시간이 지나자 5층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했다.

주인 없는 바다, 공해(公海)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현금은 필요 없다.

크루즈선에 오르면서 각자 여권을 맡기고 받은 '코스타카드'로 음료·주류 구입, 공연·영화관람, 스파·마사지 이용은 물론 카지노까지 모든 지출이 이뤄진다.

코스타카드에는 얼굴 사진과 여권번호, 방번호 등 개인정보가 등록돼 있고 신용카드와 연결하거나 현금충전, 사후정산 등 방법으로 크루즈 여행 내내 신분증 겸 결제수단으로 쓰인다.

코스타카드를 슬롯머신에 넣고, 터치화면을 눌러 10달러를 게임머니(크레딧)로 환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이 안 됐다.

같은 그림이 일렬로 배열하면 돈을 따고, 다르면 돈을 잃는다는 사실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나서, 베팅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당기는 두 가지 동작을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0달러가 사라졌다.

현금이 오가는 게 아니다 보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수십여대의 슬롯머신과 게임기들이 있는 공간 반대편에는 딜러들이 블랙잭 같은 카드게임이나 룰렛, 주사위 게임을 진행한다.

화폐대용으로 쓰는 칩 역시 환전소에 코스타카드를 건네고 금액만 말하면 내어준다.

베팅금액이 높은 고객을 위한 VIP 카지노 라운지는 옆 쪽에 따로 있는데, 유리 창문으로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전체 카지노 면적은 790㎡, 약 240평이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카지노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코스타세레나호의 이번 여행상품은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제주,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상하이로 돌아가는 4박5일 코스로, 중국인 승객 2천400명과 승무원 1천200명이 탔다.

이탈리아 선박인 코스타세레나호는 아파트 11층 높이에 가로 길이는 290m, 객실만 1천450개에 이른다.

마치 거대한 산이 바다를 떠가는 것과 같아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한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여객선과 달리 크루즈선은 여행사와 협의해 상품을 만들고, 여행객 모집에 성공해야 배를 띄우기 때문에 부정기적으로 운항된다.

중국인들이 크루즈선에서 뷔페 식사와 각종 공연·오락을 무료로 즐기며 2개국을 여행하는 데 낸 금액은 1인당 500달러이다.

출발일이 가까울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시스템이라 한국돈 50만원도 안내고 크루즈여행에 나선 사람도 꽤 된다.

크루즈선에 타면 기본 식사는 무료지만 음료·주류는 돈을 내야 한다.

성인쇼와 4D시네마, 마사지 등 여러 가지 유료 프로그램이 있으나 중국인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그나마 크루즈선 안에서 지갑을 여는 곳은 카지노와 면세점이고, 카지노보다는 면세점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크루즈 관계자는 설명했다.

코스타세레나호의 경우 4층과 5층에 면세점이 있다.

프라다와 버버리 등 각종 명품 잡화와 화장품, 시계, 한국산 압력밥솥까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상품이 가득하다.

흔히 도박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중국인이지만, 카지노에만 계속 머물러 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탑승객 대부분이 가족 등으로 구성된 단체 관광객인데다가 각종 공연과 파티가 장소를 바꿔가며 열리는 등 구경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1천200여명이 들어가는 극장에서 뮤지컬을 하는 동안 1층 홀에서는 라이브공연, 4층 바에서는 라틴댄스, 5층 초콜릿 가게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앙상블 연주를 하고 가라오케와 디스코텍이 운영되는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친다.

또 제주, 나가사키 등 기항지에 도착하면 배에서 내려 육지에서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도박을 하려는 사람은 관광용 크루즈에 타지 않는다고 크루즈 관련자들은 말한다.

마카오 등지에서는 공해로 나가 도박을 하기 위한 '갬블링 크루즈'가 따로 있는데, 선박 설계부터 운영까지 관광용 크루즈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내년 첫 취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우리나라 국적 크루즈선에도 카지노가 들어설 전망이다.

국내법상 강원랜드를 제외한 모든 카지노에는 내국인 출입이 금지되지만, 크루즈 산업계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크루즈업계는 크루즈선의 카지노는 오락의 일종이고, 도박을 하려고 비싼 관광상품을 이용할 리 없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국적 크루즈선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이 허가되면 이를 계기로 육지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고, 선상 카지노에서 재미로 접했다가 도박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는 반대 목소리 역시 팽팽하다.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 크루즈선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외국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경우 외화를 밀반출하거나 상습도박으로 인정될 때만 형사처벌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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