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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자배구' 살아난 토종 선수…흥행 활력소 될까?

[취재파일] '여자배구' 살아난 토종 선수…흥행 활력소 될까?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의 서울 홈 첫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어제(15일) 장충체육관을 찾았습니다.

남자팀이 3년여 만에 장충체육관에서 첫 경기를 하기에 관중 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체육관 밖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팬들을 취재한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여자부 GS 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홈팀인 GS 칼텍스가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앞선데다 상승세를 타는 모양새여서 경기가 3대0으로 쉽게 끝날 듯 보였습니다.

다음 경기에 나설 남자팀 선수조차도 경기가 곧 끝날 것으로 예상한 듯 코트 옆에 서서 몸 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3대0으로 무너질 것 같았던 현대건설의 대반격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끈질긴 수비와 협력 플레이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25대23으로 3세트를 따낸 뒤 4세트와 5세트도 휩쓸며 3대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곧 끝날 것 같았던 경기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되면서 경기장의 분위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여자배구가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슴을 졸이는 5세트 접전을 펼친 것은 이 경기 뿐 아닙니다.

 전날 벌어진 흥국생명과 인삼공사의 경기도 그랬습니다. 흥국생명이 2대1로 끌려가다 4,5세트를 따내 3대2의 역전승을 거뒀는데 이 경기는 소요 시간이 무려 2시간 23분이나 걸려 여자부 역대 최장시간 경기로 기록됐습니다.

 이처럼 시즌 초반 여자부 4경기중 3경기가 풀세트 접전으로 이어져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각 팀 관계자들은 올 시즌 여자배구가 처음으로 시행한 트라이 아웃 제도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여자배구는 각 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국내 선수 활성화를 위해 올 시즌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시즌까지 코트를 지배하던 국가 대표급 외국인선수들은 사라지고 프로 경험 3년 미만의 젊은 선수들이 가세해 공격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확실한 한방이 없기 때문에 승부를 제때 결정 짓지 못해 랠리가 오래가고 그 여파로 풀세트까지 가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는 분석이죠.  각 팀 사령탑들은 "외국인선수가 압도적이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는 경기가 많아질 것"이라며 부담을 많이 느끼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경기 시간이 늘어나면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반드시 나쁜 점만 있는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하향 평준화 되는 사이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GS 칼텍스에 역전승을 거둔 현대건설도 4세트부터 공격을 전담하던 에일리가 체력이 떨어지자 황현주와 양효진은 물론 33살 베테랑 한유미까지 가세하며 분위기를 뒤집어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비록 초반이지만 과거에는 외국인선수들이 독점하던 각종 기록 랭킹 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흥국생명의 레프트 이재영이 득점(57점)과 공격 1위(성공률 42.97%)에 올랐고 기업은행의 김희진은 현재 블로킹 경기당 1개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간차 공격도 현대건설의 양효진이 1위(성공률 57.58) 2위(배유나,GS 칼텍스)와 3위(이재영, 흥국생명)도 모두 우리 선수들입니다.  국내선수들이 계속 외국인 선수들 못지않게 잘한다면 관중 들이 더 많이 몰려 흥행이 잘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중년 팬은 "과거에는 스파이크때 외국인 선수들에게만 공을 줘 경기가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우리 선수들도 잘하고 해서 재밌다"며 달라진 분위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자배구는 2m가 넘는 거한들이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펄쩍 뛰어올라 강 스파이크를 내리 꽂는 게 매력이지만 여자배구가 똑같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남자보다 힘은 떨어지더라도 오밀조밀하게 재치 있는 플레이를 이어 가는 게 더 경쟁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자배구는 팀 수가 남자보다 1개나 적은 6개팀에 불과하고 경기도 일반 직장인들이 오기 어려운 오후 5시에 시작합니다.  외국인 선수 실력이 예전만 못해 경기가 길어진다는 단점만 볼게 아니라 살아난 토종 선수들을 잘 이끌어 재미와 박진감을 함께 갖춘다면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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