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제사 지낸 북한의 남편을 만나고,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를 만나고, 65년 전 헤어질 때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 약속한 딸들을 만나고….
20∼22일과 24~26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앞둔 상봉 가족들의 다양한 사연들입니다.
북한에 사는 친형 송병상(82)씨의 신청으로 이번에 상봉하게 된 동생 병옥(73·청주시)씨는 "꿈인지 생시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마치 꿈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병옥 씨의 형은 당시 인민군에 징집돼 북으로 끌려갔습니다.
가족들은 형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에 사망 신고도 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1963년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형의 생존을 믿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 호적상 호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평안북도 출신으로 대전에 사는 이태동(91)씨는 북한에 있는 조카들을 만납니다.
이 씨의 아들은 "(상봉하는 가족이) 북에 계셨던 아버지 형제의 자녀로 들었다"며 "(아버지께서) 그간 끊어졌던 혈육의 소식을 궁금해하신 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대를 하고 계신다"고 전했습니다.
북쪽에 사는 작은아버지 이용구(85)씨의 신청으로 만남이 성사된 이숙자(71·충남 보령)씨 가족은 청양군에 살던 중 전쟁이 나면서 헤어졌습니다.
숙자 씨가 6살때 일입니다.
숙자 씨는 "작은아버지가 어린 내 이름까지 기억해 상봉 신청을 했다"며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소식이 와 너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음 소식을 듣고는 하루 종일 눈물만 났다"며 "30년전 돌아가신 아버지도 만나는 것을 보면 흐뭇해 하실 것 같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연천에 거주하는 남중낭(83·여)씨는 6·25 전쟁 중에 오빠 중한 씨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중학생 때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와 공부, 서울대 물리학과를 다녔던 중한 씨는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 당시 경북에 살던 가족과 헤어졌습니다.
중낭 씨는 지난 1985년 이산가족 상봉때 오빠가 북한 황해도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시 이산가족 상봉을 했던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빠 생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 계속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탈락하다가 이번에 상봉의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러나 중한 씨는 이미 2009년 이미 사망, 이번에 중한 씨의 아내인 올케와 조카만 만납니다.
경북 영덕에 사는 김호기(76)씨는 북쪽의 누나 김기순(82)씨를 상봉합니다.
누나 기순 씨는 6·25 전쟁때 북한군이 영덕에서 철수한 이후 '국군이 북한군에 협조한 마을 주민 대부분을 처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마을 청년 20여 명과 함께 북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시 16살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기순 씨가 숨진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밖에 같은 경북 영덕에 사는 최영대(79)씨도 이번에 북쪽에 사는 형 영국(81)씨를 만납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영국 씨는 철수하는 북한군을 구경하러 간다며 나간 이후 가족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번 상봉은 형 영국 씨의 신청으로 성사됐습니다.
영대 씨는 "가족과 함께 형님을 만나고 오면 돌아가신 부모님께 형님 소식을 전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사연없는 이산가족 있나요"…상봉자들의 갖가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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