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에 형을 볼 수 있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북한에 있는 형을 만나는 김기주(76·인천시 부평구)씨는 한국전쟁 1·4 후퇴 당시 헤어진 친형 김윤주(85)씨를 만날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경상북도 의성이 고향인 김 할아버지는 65년 전인 1950년 겨울 11살 때 형과 헤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서는 김 할아버지에게 "인민군들이 형을 끌고 갔다"고 소리쳤습니다.
형 윤주 씨는 당시 스무 살이었습니다.
가족 중 누구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끌려가는 윤주 씨를 본 이웃이 "인민군들이 문 앞을 지키고 섰다가 집에 들어오는 윤주를 데려갔다"고 전한 말이 전부였습니다.
이듬해 7월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2살 때 어머니를 여읜 김 할아버지 곁에는 당시 12살이던 작은 형만 남았습니다.
작은 형도 7년 뒤 세상을 등졌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헤어진 지 65년 됐으니 형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예 만나 볼 생각조차 안 했다"며 "형이 나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형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부모님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아버지는 형이 끌려가고 나서 '윤주가 인민군들 눈치 봐 가면서 잘 도망쳐 나와야 할 텐데'라며 밤마다 한숨을 내쉬곤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김 할아버지의 아들 김충열(54)씨는 "형님이 돌아가신 줄로만 알던 아버지는 처음에 형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으셨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아들 김 씨는 "아버지가 평소 무뚝뚝한 성격이신데 형님께 드리겠다며 겨울용 외투 2벌을 직접 사 두셨다"며 "형과 만날 날짜를 세며 손꼽아 기다리신다"고 전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형님이 가까운 곳에 살았더라면 어떻게 사는지 집이라도 가볼 텐데"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어릴 적 헤어진 형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제일 먼저 묻고 싶다"고 만남을 기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인민군이 끌고 간 형 65년 만에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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