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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팔아 두 딸에게 꽃신 사주기로 했는데…"

"고추를 팔아 두 딸에게 꽃신 사주기로 했는데…"
"꽃신, 구두, 부츠 등 온갖 예쁜 신발을 다 모았습니다. 65년 전 헤어질 당시 딸들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이 가슴에 맺혀 아버지가 준비한 신발만도 몇 켤레가 되는 줄 모르겠습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 측 방문단의 최고령자 가운데 한 분인 구상연(98·충남 논산시 채운면)씨의 이산에 대한 사연을 아들 형서(43)씨가 이렇게 전했습니다.

고령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한 것은 물론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귀가 어두워져 형서 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동행하는 형서 씨는 "아버지는 당시 3, 7세의 어린 두 딸과 한 약속을 65년 만에 지키는 것이 된다"며 "이복 누나들과의 재회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버지는 당시 입대를 위해 황해도 장연군 낙도면 석장리 집을 떠나올 때 집 굴뚝 모퉁이에서 놀던 작은 딸(선옥씨)이 '아버지 갔다가 또 와'라는 말을 3번씩이나 했는데, '이 말이 평생 가슴에 남아 한이 될 줄 몰랐다'는 말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평소 가족들 앞에서 이 말을 되뇌일 때면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는 것입니다.

구 씨의 북에 둔 아내는 195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상봉에는 딸 송자(72)·선옥(68)씨가 예정돼 있습니다.

구 씨는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거쳐 남한에 정착하게 됐으며 이후 재혼으로 2남4녀를 두고 있습니다.

형서 씨는 "이복 누나들이 6·25 전쟁 9년 만에 어머니마저 여의고 고아로 살아왔을 것으로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연세로 봐서 이번 상봉이 아버지에게는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에 이제라도 아버지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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